도박파문… 종단정치… 큰 화두 앞에 선 佛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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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근본적인 해법은

한 스님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청사로 향하고 있다. 최근 소속 일부 승려가 연루된 도박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어 ‘자성과 쇄신 결사’라는 플래카드의 문구가 무색해 보인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 스님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청사로 향하고 있다. 최근 소속 일부 승려가 연루된 도박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어 ‘자성과 쇄신 결사’라는 플래카드의 문구가 무색해 보인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부처님은 시주쌀 한 톨이라도 함부로 다루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줏돈으로 고급 승용차를 몰며 사치스럽게 생활하는 스님들도 있습니다.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을 살지 않는다면 어떻게 신도들이 따를 수 있습니까.”

대한불교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본부장 도법 스님이 2월 부산 범어사 주지 선거가 금권시비에 휩싸이자 작성한 편지의 일부다. 이 글은 ‘종단 지도자들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종단의 금권·계파 정치, 고급 승용차로 상징되는 호화생활, 재정의 불투명성, 엄정한 법집행과 투명한 인사 등에 관한 5개항을 담았다. 이 편지는 총무원장과 중앙종회 의원, 25개 교구 본사 주지 앞으로 발송할 예정이었지만 내용이 알려지자 주변의 만류로 보내지 못했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도박 사건의 배경에도 불교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깔려 있다.

○ 강화된 청규(淸規) 시행해야

현재 조계종은 전국 3000여 개 사찰에 1만3000여 명의 스님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종단 일각에서는 스님들의 사회적 활동이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일종의 생활 가이드라인을 담은 ‘청규’ 시행과 함께 처벌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사 주지를 지낸 한 중견 스님은 “여론화되지 않았지만 일부 스님이 해외 카지노에서 돈을 탕진하거나 성(性)과 관련한 추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종단 정치의 폐해를 막아야

조계종은 ‘종단 정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중과 성향 등에 따라 모인 종책 모임의 영향력이 크다. 국회로 치면 정당에 해당한다. 현재 화엄·법화·무량·무차·보림회 등이 활동하고 있으며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화엄회에 속한다.

2009년 출범한 현 총무원 집행부는 종책 모임의 연합체다. 화엄회의 지지를 받은 자승 스님이 다른 모임의 동의를 받아 사실상 만장일치로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과 인사가 이뤄져 그 폐해가 적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불교방송 이사장과 동국대 이사장, 총무원의 주요 보직, 본사 주지 등도 이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 재정 투명화를, 수뇌부 기득권 버려야

조계종은 지역의 대표 사찰을 중심으로 구분한 25개 본사(本寺)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선원·율원·강원을 갖춘 5개 총림은 주지 추천권을 방장이 갖고 본사 주지는 소속 스님들의 투표로 결정한다. 본사 주지는 적게는 60여 개, 해인사의 경우는 300여 개에 이르는 규모가 작은 말사(末寺) 주지를 추천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따라서 본사 주지가 바뀌면 형식적으로는 300여 개 말사 주지가 모두 짐을 쌀 수밖에 없다.

재정의 투명화도 선결 과제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본, 말사 주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고, 자리를 산 뒤에는 다시 돈을 모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본사 주지의 권한을 제한하고 신도와 외부전문가의 재정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계종이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수장인 총무원장부터 중간평가를 받는 등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종책 모임을 해산하는 등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조계종#도박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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