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최찬식]동해 표기, ‘일본해’와 병기가 능사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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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표기 문제는 ‘일본해’와 병기함으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병기’라 하니, 일본해 아래 부차적으로 동해가 표기되어도 괜찮단 말인가. 그 바다의 주된 임자는 일본이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그것이 일본의 바다가 아니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오기로 하면 우리는 마땅히 ‘동해’ 아니면, ‘한국해(Sea of Korea)’로 맞서야 하지만, 그동안 나라 잃은 역사를 감안해, 우선 일본해 제거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그 방법으로 제3의 이름을 주장한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화의 바다’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옳은 접근방법이었다.

지금 우리 청년들이 ‘동해’를 밀어붙이려고 세계를 상대로 홍보운동을 하는 것은 일단 우리의 의지를 세계에 알리는 의미에서 뜻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일본해’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이 그것을 포기하고 우리 구미에 맞도록 ‘동해’에 동의해 줄 것인가? 우리 청년들의 정열을 보고 그들도 ‘일본해’를 유지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장차는 제3의 대안을 들고 나올 것을 재촉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일본해’ 다음에 들러리로 들어가는 ‘동해’를 우리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세계의 항해사들을 위해서라도 작은 해역에 두 가지 이름을 넣어 번거롭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미 있고 부르기 좋은 이름을 제공하는 것이 당사국으로서 세계에 보여줄 ‘에티켓’이 아니겠는가?

그런 제3의 이름으로 나는 ‘청해(Blue Sea)’를 제안한다. ‘청(靑)’은 원래 동방(東方)의 색이기도 하다. 영국의 한 원로 전문가가 ‘Sea of Resolution(해결의 바다)’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해외에 오히려 제3의 대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 발상의 합리적이고 순리적인 점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동해 표기 문제의 본질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한일 간에 서로의 자존심을 살리고, 이웃나라의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느냐를 모색하는 일이다. 우리의 주도로 제3의 이름으로 해결을 본다면, 모처럼 이 험악한 세계 정세에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셈이다.

최찬식 인경학사 대표
#독자 편지#최찬식#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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