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항소심 재판부, 형량 높여 실형선고…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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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준 사람 가벼운 처벌’ 1심 불균형 바로잡아

법원 떠나는 곽 “판결 승복 못한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1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원 떠나는 곽 “판결 승복 못한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1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1, 2심 판결은 후보자 매수 대가로 2억 원을 건넸다는 사실관계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것은 같다. 항소심 판결에서 달라진 것은 벌금형을 선고한 1심보다 양형을 대폭 올려 실형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매수당한 사람은 실형을 받고,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곽 교육감은 가벼운 벌금형을 받았다”는 형평성 논란을 항소심 재판부가 어느 정도 바로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실형을 예상 못한 곽 교육감


곽 교육감은 17일 오전 10시 25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면서 “당연히 무죄로 예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오전 11시 2분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2부 김동오 부장판사가 실형을 선고하자 곽 교육감의 표정은 굳어졌다. 반면 형량이 1심(3년)의 절반인 1년 6개월로 감형된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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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육감은 실형 선고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는지 재판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법정을 떠나지 못하고 지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오전 11시 18분 법정을 나선 후 복도에서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면서도 “이거 참…”이라고 말하는 등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곽 교육감은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5분간 서서 팔짱을 끼고 턱을 괸 자세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과 대책을 숙의하기도 했다. 그는 취재진 앞에 도착해선 큰 목소리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사실관계는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 양형에서 기계적 균형을 추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진실과 정의가 밝혀질 것”이라며 양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 ‘양형 불균형’ 바로잡아


곽 교육감은 1월 1심 판결에서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은 후 “항소심에서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했지만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곽 교육감은 박 전 교수에게 제공한 2억 원이 “선의의 부조”라고 줄곧 주장했지만 1, 2심 법원은 “후보자 사퇴의 대가로 인정된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곽 교육감에 대한 형량을 정하면서 1심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교수의 상황이 어려워 경제적 부조를 한다는 주관적 동기가 있었다”는 점 등을 곽 교육감에 대한 벌금형 선고의 근거로 삼았다. 이 때문에 1심 판결 직후 “주관적 동기가 좋으면 가볍게 처벌해도 되는 것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담당하는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서 후보자를 매수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못 박았다. 서울시교육감은 연간 약 7조 원의 막대한 교육예산을 집행하고 5만5000여 명의 교원 인사권을 행사하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선거에 금품이나 부정이 개입돼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게 재판부의 기본 인식이었다.

○ 7월에 대법원 선고 나올 듯


공직선거법 270조는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판결은 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2심 및 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이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비춰 보면 이르면 7월 초에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아 최종 판결이 더 늦어질 소지도 있다.

곽 교육감에 대한 실형 선고가 11월 19일(재·보궐선거일 전 30일) 이전에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올 하반기 재·보선일이자 대통령선거일인 12월 19일에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다시 치러진다. 대법원 선고가 11월 19일 이후에 내려진다면 내년 4월이나 10월 재·보선으로 넘어간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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