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李, 증거인멸 교사 혐의 중형 가능성

  • Array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 형사처벌 불가피할 듯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입을 굳게 다문 채 차에 타기 위해 기자들을 뿌리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입을 굳게 다문 채 차에 타기 위해 기자들을 뿌리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이 자료를 삭제하라고 직접 지시한 ‘몸통’이 자신이라고 20일 시인함에 따라 이 전 비서관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간인 사찰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과 장진수 전 주무관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두 사람에 대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이 전 비서관이 검찰에 소환돼 20일 밝힌 내용을 그대로 진술할 경우 이 전 비서관에게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형법 제155조 1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항은 증거인멸을 교사한 자도 1항과 같이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부하 직원에게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진 전 과장이나 장 전 주무관보다 무겁게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비서관은 자료 유출로 인한 국정혼란을 막기 위해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런 주장도 이미 법정에서 제기돼 두 차례 법원의 판단을 거친 만큼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진 전 과장과 장 전 주무관에 대한 재판에서 재판부는 “예민한 자료의 공개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막기 위한 목적도 일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임박한 상황에서 불법내사 사건의 증거가 발견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료를 삭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 비서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넨 2000만 원도 돈의 성격에 따라 증거인멸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전 비서관은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선의’로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돈을 건넨 그 자체는 범죄행위가 되지 않지만 돈을 건넨 시기 등 객관적 정황에 따라 ‘입막음용’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증거인멸 혐의를 입증하는 또 다른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전 비서관이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심 재판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을 건넨 것에 대해 “선의에서 준 것”이라고 주장해 1심에서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은 사례를 참고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