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푹 파인 山… 스트레스 지수 8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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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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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국토훼손 수치 만들어 6월 첫 발표… “탐방객 제한 기준 설정”

탐방객 발길에 눌려 흙이 쓸려 내려가 훼손된 지리산 모습(위)과 곳곳이 파헤쳐지고 주변 나무들도 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난 북한산 훼손 현장. 환경부·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탐방객 발길에 눌려 흙이 쓸려 내려가 훼손된 지리산 모습(위)과 곳곳이 파헤쳐지고 주변 나무들도 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난 북한산 훼손 현장. 환경부·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올 6월부터 한반도 내 자연환경이 훼손된 정도가 ‘국토 스트레스 지수’로 점수화해 발표된다. 환경부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국내 명산과 주요 하천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 환경훼손 검증할 지수


환경부에 따르면 국토 스트레스 지수를 산출하기 위해 상반기(1∼6월)에 국내 주요 산을 중심으로 △훼손 정도와 복구 시급성 △방문자 수 △일대 동식물 서식 변화 △성수기와 비수기 등 시기별 탐방객 이용 패턴 △계절적 기후적 요인 등 항목별 조사가 이뤄진다. 국립공원연구원과 외부 전문가가 함께 조사할 예정이다. 탐방로의 평균 노폭, 노면 낙엽 등 지피물이 남아있는 정도, 암반과 수목뿌리 노출, 주변부 식생 파괴, 주변 동식물 종별 조사 등을 복합적으로 실시한다.

이후 항목별로 조사된 내용을 가중평균(加重平均·중요도나 영향 정도에 해당하는 가중치를 곱하여 구한 평균값)해 스트레스 지수를 산출하게 된다. 지수는 100점 만점으로, 총 5단계로 나눠서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훼손이 가장 심하면 100점, 생태가 상당히 훼손된 경우 80점대, 훼손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 0점이나 20점대 등이 된다. 환경부는 국립공원 3∼5곳의 스트레스 지수를 우선적으로 산출해 6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또 하반기(7∼12월)부터는 나머지 국립공원과 국내 주요 하천, 각 지자체의 생태관광지 등 국토 전역으로 스트레스 지수 산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 탐방객 조절 위한 공감대 형성 의도


정부가 스트레스 지수를 발표하는 이유는 탐방객 수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2005년 이후 전국 주요 산과 하천, 지자체별 생태관광지를 찾는 탐방객이 급증하면서 과부하가 걸렸다. 특히 국립공원의 경우 2006년 2678만6258명이던 전체 탐방객 수가 지난해 4265만8154명으로 5년 새 갑절 가까이로 늘면서 탐방로 곳곳의 흙이 파헤쳐지고 나무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2, 3년 전부터 시민들을 상대로 ‘○○O산이 훼손됐으니 등반을 자제해 달라’, ‘△△강 일대 동식물을 보호하자’는 식의 캠페인을 펼쳤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회사원 김태환 씨(38)는 “‘산을 살리기 위해 등산을 자제해 달라’는 말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며 “얼마나 훼손됐는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산에 오르는 것만 막는다면 불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 스트레스 지수’로 훼손 정도를 계량화할 경우 구체적인 ‘팩트’가 제공되면서 지수가 높은 장소는 덜 가고 지수가 낮은 곳은 방문하는 등 탐방객 사이에 기준이 생길 것으로 환경부는 기대하고 있다. 백규석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산의 스트레스는 몇 점’으로 발표되면 탐방예약제, 요금제 등 후속 정책 시행 시 탐방객들의 반발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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