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40대 북한이탈 여성이 식당에서 일하며 받은 첫 월급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놨다. 주인공은 2003년 북한을 탈출해 6년간 중국을 전전한 뒤 2009년 여름 부산에 정착한 황효민(가명·44) 씨. 부산 금정구는 “새터민 황 씨가 첫 월급으로 받은 130만 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11일 밝혔다.
황 씨는 “주위 분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고 도움도 받았다”며 “작으나마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씨가 남한에 정착하기까지는 긴박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함경남도의 한 도시에서 살던 그는 어린 딸을 두고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2003년 혼자 압록강을 넘었다. 당시 그는 중국에서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국경 경비가 강화되면서 다시 돌아가기가 어렵게 되자 감시망을 피해가며 6년 동안 중국 곳곳을 전전했다. 탈북자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감시가 심해져 더는 숨어살기 힘들다고 생각한 그는 2009년 여름 우여곡절 끝에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중국에서 도망다닐 때 얻은 병으로 부산에 정착한 뒤 늘 병원 신세를 졌다. 돈이라고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생계비가 전부였지만 힘든 가운데서도 관내 북한이탈 주민봉사모임인 통일희망봉사단장을 맡았다. 지난해엔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의 한 회사에 취업을 했으나 몸이 좋지 않아 그만뒀다. 지난달 금정구 서동에 있는 한 식당에 재취업했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성금은 이 식당에서 주로 야간근무를 하며 받은 첫 월급 전액.
“죽은 목숨과도 같은 저를 보살펴준 남한 정부와 주변에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하다 월급을 기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최근 탈북 주민에 대한 중국의 강제송환 조치에 분노를 느낀다”며 “지금 20세가 된 북한의 딸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며 울먹였다. 금정구는 12일 오전 10시 구청에서 황 씨 성금 기부식을 연다. 성금은 관내 기초수급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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