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돌보미’에게 맞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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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돌보미’에게 맞다니…
400억 들인 여성부 아이돌보미 사업 부실 운영

경기 수원시에 사는 주부 윤모 씨(30·여)는 1일 오후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딸 백모 양(5)의 뺨에서 빨갛게 부풀어 오른 손자국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이는 처음에 “TV와 냉장고에 부딪혔다”고 했다. 윤 씨가 재차 달래며 묻자 아이는 검지를 입술에 갖다대며 “비밀인데 (아이돌보미) 선생님이 말 안 듣는다고 손바닥으로 때렸어. 엄마한테 말하면 어린이집에 마중도 안 오고 돌봐주지도 않는다고, 동생이랑 둘이 집에 무섭게 있어야 된다고 했어”라고 했다. 윤 씨는 지역 센터에 항의했지만 “당신이 때린 것 아니냐”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의 답변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 공공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가정에 파견돼 12세 미만 아동을 돌보는 ‘아이돌보미 활동가(이하 돌보미)’ 중 일부가 아이를 방치하거나 폭행까지 일삼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은 아동양육부담을 덜고 저소득 중장년층 여성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2009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공공 복지사업.

경기 광주시에 사는 주부 박모 씨(38·여)도 지난해 10월 돌보미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박 씨는 “돌보미가 아들(당시 22개월)에게 개밥처럼 비빈 밥을 먹이고 TV를 켜놓고 방치하며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며 센터 측에 불만을 제기했다. 박 씨는 돌보미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남편도 돈 잘 버는데 이까짓 일 관두면 될 것 아니냐”면서 화를 내며 그만뒀다고 한다.

일정 교육을 이수한 돌보미들은 맞벌이 가정에 파견돼 영아와 방과 후 아동을 대상으로 놀이 활동, 식사 및 간식 챙겨주기, 기저귀 갈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궁핍한 사정으로 사설 보모를 고용하기 힘든 소득분위 50% 이하 가정에는 시간당 5000원의 수당 중 80%를 정부가 지원한다. 원하는 시간대에 저렴한 가격으로 육아 보조를 받을 수 있어 지난해에만 4만여 가구가 이용했다.

그러나 활동 중인 1만여 명의 돌보미 중 보육교사, 유치원 정교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 사회복지 관련 자격증 소지자는 전체의 44%뿐이다. 돌보미 지원자는 주로 40, 50대 주부로 여성가족부는 각 지역 센터에 이들의 소양·실무 교육과 관리를 일임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요가 늘면서 지역 센터 사정에 따라 의무 양성교육 80시간과 현장실습 10시간을 이수하지도 않고 현장에 투입되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의 한 지역 센터장은 “서비스 수요가 폭증해 중졸에서 고졸 지원자까지 들어오는 대로 일주일 교육시켜 내보내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예산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돌보미 사업 예산은 2010년 201억 원에서 2011년 401억 원으로 두 배 늘었고 돌보미 수도 40%가량 늘었지만 이들을 교육하는 예산은 6억600만 원에서 6억8700만 원으로 13%만 증액됐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돌보미 이용가정의 불평신고가 3회 이상 들어오거나 돌보미가 아이의 안전과 관련한 활동서약서 내용을 위반할 경우 돌보미의 활동을 중지할 수 있는 법안이 제정돼 현재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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