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나의 NIE]홍종순 에리트베이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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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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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의 감수성, 고민, 패션… 신문에서 읽어요

교복 만드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거리를 지나는 학생만 봐도 고개가 저절로 돌아간다. 예민하고 변덕스러운 학생 사이에서는 유행 스타일, 좋아하는 스타, 갖고 싶은 물건이 금세 바뀌니, 한쪽 귀는 항상 학생들을 향해 열어둘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마음이나 변화를 어떻게 읽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신문 읽기를 통해서라고 말한다. 직원들이 학교 앞이나 번화가에 나가 학생들의 이야기를 수시로 듣고 오지만 큰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면 매일 아침 신문읽기를 거를 수 없다. 신문에는 학교폭력, 성적, 이성 등에 대한 고민, 인기 스타와 패션 등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례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한 학교의 교복은 겉으로는 해마다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매년 유행하는 패턴과 스타일에 따라 전혀 다른 라인으로 제작한다. 길이가 조금만 길거나 짧고, 폭이 조금만 넓거나 좁아도 학생들은 촌스럽다며 고개를 돌린다. 감수성이 풍부한 학생들이 이런 사소한 점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경제면에 소개되는 인기 제품이나 문화면에 나오는 최신 스타일을 학생들이 잘 아니까 우리는 이를 현장에 나가 확인한 뒤 교복 설계에 반영한다.

사회면에 나오는 학생들의 생활에 대한 기사도 주목해야 한다. 교복은 학생이 하루 종일 입고 생활하는 일상복이라 유행하는 패턴이나 스타일만을 내세워서는 만족시킬 수가 없다. 학생들 키가 10년 전보다 얼마나 자랐나, 수업일수가 어떻게 바뀌었나, 방과후에 어떤 활동을 하나…. 이런 점을 고려해 편안하게 만들어야 학생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다. 사회면의 작은 단신까지 눈여겨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문을 자세히 읽으면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들이 명쾌해진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고가의 아웃도어 외투를 입는 것은 단순히 멋을 위해서가 아니라 또래와 어울리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의 변화도 예측할 수 있다. 새 학기부터 시작될 주5일제 수업이나, 논란이 거듭되는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마음이나 복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기성세대로서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은 참 어렵다. 그 때문에 그들의 생활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신문은 이런 학생들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이다. 중고교생 자녀와 점점 대화가 줄고 서먹해진다면, 자녀의 옷차림이 불만스럽게 느껴진다면, 고민하기 전에 먼저 신문을 펼쳐보자. 아이들의 마음이 눈에 들어온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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