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장 배치 경찰 떠나자마자… ‘일진’이 집단 폭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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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은평구 중학교서 ‘폭력 뒤풀이’

경찰 단속 비웃는 ‘폭력 졸업 뒤풀이’ 9일 오후 서울 은평구 구산동 K중학교 인근 야산에서 이 학교 출신 고교생 선배들이 이날 졸업한 후배들을 폭행하고 계란을 던지는 등 이른바 ‘막장 뒤풀이’를 하는 장면이 채널A 카메라에 담겼다. 동아일보와 채널A 취재진은 경찰 단속을 피해 뒤풀이를 모의하는 학생들을 추적해 현장을 취재한 후 경찰에 제보했다. 신상균 채널A 영상취재 기자 CANN026@donga.com
경찰 단속 비웃는 ‘폭력 졸업 뒤풀이’ 9일 오후 서울 은평구 구산동 K중학교 인근 야산에서 이 학교 출신 고교생 선배들이 이날 졸업한 후배들을 폭행하고 계란을 던지는 등 이른바 ‘막장 뒤풀이’를 하는 장면이 채널A 카메라에 담겼다. 동아일보와 채널A 취재진은 경찰 단속을 피해 뒤풀이를 모의하는 학생들을 추적해 현장을 취재한 후 경찰에 제보했다. 신상균 채널A 영상취재 기자 CANN026@donga.com
졸업식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졸업식 당일 각 학교에 경찰이 배치됐지만 이를 비웃듯 고교생 일진들이 ‘통과의례’라며 중학교 졸업생들을 집단 구타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경찰이 철수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후배를 폭행했고 경찰은 취재진이 신고할 때까지 이를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9일 졸업식이 열린 은평구의 한 중학교 인근 야산에서 졸업생 6명을 집단 구타한 혐의로 인근 고교생 25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과 목격자에 따르면 졸업식은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진행됐으며 경찰 전·의경 방범순찰대원 등 30여 명이 학교 안팎에서 순찰 중이었다. 경찰은 졸업식 인파가 학교를 빠져나간 오후 2시 반경 철수했다.

경찰 철수 직후 남학생과 여학생 6명이 학교 정문 앞에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졸업식 전부터 정문 앞에서 2시간 넘게 경찰의 동태를 살폈다. 이들은 인근 분식집에서 졸업생을 폭행하는 ‘통과의례’ 이후 뒤풀이 문제를 상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후 3시경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일제히 학교에서 100m 떨어진 야산으로 향했다. 이 야산은 평소에도 청소년 관련 범죄가 자주 발생했던 곳이다. 산을 50∼60m 오르면 나오는 공터에서는 고교생들이 밀가루 계란 케첩 등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고교생 일진들은 후배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기합을 주다 오후 3시 30분부터 케첩과 밀가루를 뿌리고 발로 걷어차는 한편 옷을 찢는 등 본격적인 구타를 시작했다. 일부 학생들이 쓰러지자 고교생 일진들은 “맞은 지 얼마나 됐다고 쓰러지냐”고 소리치며 구타를 계속했다. 구타는 1시간가량 이어졌고 제보를 받은 경찰이 오후 4시 30분경 출동하고 나서야 끝났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 학생인 최모 양(17)은 “지난해 졸업식 때 똑같이 당했던 일인데 우리만 잡혀와 억울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문제의 야산을 오후 2시까지만 순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비행을 저지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녁 시간에 다시 순찰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7일에도 폭력을 막으려는 경찰이 떠나자마자 학교폭력이 일어났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마포구의 한 중학교 개학식 날인 7일 3학년 A 군(15)이 하급생 B 군(13) 등 4명을 학교 뒤편으로 불러내 B 군의 돈 5000원을 빼앗았다. 해당 학교는 일진회를 조직한 상급생 11명이 지난달 초 하급생 C 군(14)의 돈을 상습적으로 빼앗거나 돈을 빼앗아오라고 시키고 C 군의 친구 6명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다.

이 때문에 졸업식을 하루 앞둔 7일 관할경찰서인 마포경찰서 서장, 관할파출소 직원 등 6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부터 10시 20분까지 이 학교 앞에서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열고 폭력 예방 특강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시간은 이날 낮 12시 30분으로 경찰서장까지 나서 ‘학교폭력 근절’을 강조하고 떠난 지 두 시간 만이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9일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올해 상담교사 200명과 ‘117 학교폭력신고센터’ 근무 경찰 68명, 재활·치유 전문 인력 24명 등 공무원 292명을 증원한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채널A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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