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복지, 비급여의 덫]건보 비적용 진료비, 최대 500만원 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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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빅5 포함 수도권 10개 대학병원 조사

전립샘암 다빈치 로봇수술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받으려면 평균 1200만 원을 내야 하지만 중앙대병원에서는 700만 원이면 된다. 첨단기기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500만 원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치과 임플란트 시술을 받기 위해 서울대 치과병원에 가면 치아 1개에 평균 310만 원이 들지만 고려대 안암병원에 가면 150만 원이다. 평균 160만 원의 진료비 차가 발생하는 것.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가 병원별로 최대 500만 원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수도권 대학병원 10곳을 상대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고가(高價) 비급여 진료 18개 항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비급여 진료비는 보건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병원이 자체 기준에 따라 결정하기 때문에 천차만별이다. 어느 병원이 비싸고 싼지 환자가 비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병원들은 웹사이트에 비급여 진료비를 ‘○○○∼○○○원’ 형식으로 공시한다. 취재팀은 진료 항목별로 평균값을 계산한 뒤 해당 병원에 확인 작업을 거쳐 최종 가격을 산출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을 비롯해 고려대 안암병원, 강북삼성병원, 중앙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등 10곳을 조사했다.

전신·상반신·뇌·심장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복부·뇌·척추·간·심장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전립샘암·갑상샘암 다빈치 로봇수술, 라식·라섹 수술, 복부초음파, 위·대장 수면내시경, 캡슐내시경, 임플란트 등 18개 항목이 대상이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중앙대병원, 강북삼성병원이 각각 4개 항목에서 진료비를 가장 싸게 책정해 놓고 있었다.

국내 건강보험 혜택(보장성)은 5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공공의료 선진국이라는 영국(84.1%)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우리에 비해 경제 수준이 떨어지는 체코(84.0%)보다도 낮다.

전문가들은 비급여 진료의 증가가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이 추세라면 의료시스템까지 흔들릴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비급여 진료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 건강보험으로 적극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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