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이 공들인 극지硏, 정치 논리에 밀려 부산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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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구소를 인천에 붙잡아 두기 위해 땅까지 무상으로 제공했는데 정치의 힘으로 연구소를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으니….”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한국해양연구원 산하 극지연구소가 정치 논리에 의해 부산 이전이 추진되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질 처지에 놓였다. 한국해양연구원의 부설 연구소인 극지연구소의 이전 문제는 지난달 국회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이 통과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해양연구원을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해양과기원)으로 확대 개편하고 주무 부처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국토해양부로 바뀌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압력 행사하는 부산

현재 부산지역 정치인과 해양 관련 대학을 중심으로 7월 설립되는 해양과기원에서 극지연구소를 떼내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해양산업협회가 12일 부산 동구 수정동 10층 소강당에서 개최한 MHN(마린 아너스 네트워크) 제7차 비즈포럼에서 토론자들은 “해양연구원이 해양과기원으로 새롭게 출범하면 현재 부설 기관인 극지연구소도 당연히 해양과기원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에 따라 부산 정치권은 해양연구원의 부산 이전에 맞춰 부설 연구소인 극지연구소도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정부 관계 부처를 상대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역에서는 2009년 경기 안산시에서 부산으로의 이전을 확정한 해양연구원을 신속하게 이전한 후 해양대 부산대 부경대 등 부산지역 해양 관련 국립대학과 연계해 해양 분야 기초 연구와 융복합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었다.

정부에 대한 부산지역 정치권의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 부산시당 유기준 위원장은 15일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과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만나 해양과기원과 극지연구소의 분리 방침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극지연구소가 해양과기원으로부터 분리될 경우 부산 이전의 당위성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인천에 연구소까지 짓는데…

극지연구소의 인천 존치를 위해 금싸라기 땅까지 내준 인천은 사태 파악에 나서는 등 분위기 파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인천시와 시의회는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극지연구소의 인천 존치를 위해 2010년 6월 15일 송도국제도시 5·7공구 3만5887m²의 땅을 20년간 무상으로 빌려주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시 시의회는 “극지연구소 연간 예산의 절반 이상(약 1000억 원)이 인천에서 사용되는 경제적 측면과 국제기구 및 국제회의 유치에 유리한 ‘문화 사회적 측면’을 강조했다. 극지연구소는 지난해 9월 8일 이곳에서 신청사 착공식을 갖고 2015년 최첨단 연구소를 준공한다.

해양대 설립에 힘을 쏟고 있는 인천대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천대는 2015년 해양학부를 개설하고 2020년까지 해양대와 해양과학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인천시 시의회 관계자는 “현재 극지연구소 소속 70여 명의 석박사 학위 소지자의 경우 해양 관련 연구진은 17%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지구물리, 기후, 환경, 지질, 화학 관련 학위 소지자”라며 “부산이 해양 분야가 강하다는 이유로 극지연구소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쇄빙선 아라온호(7487t급)를 남극에 보내 남극 조사 연구도 수행한 극지연구소는 2006년 인천 송도국제도시 갯벌타워에 입주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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