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구제역 전사들 “방심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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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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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성 축산연구센터 가보니

19일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 직원들이 축사에서 소들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이날은 지난해 센터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 제공
19일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 직원들이 축사에서 소들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이날은 지난해 센터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 제공
구제역 파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월 19일 강원 횡성군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 직원들은 하늘이 꺼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전 직원이 1개월 가까이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하며 지키던 487마리의 한우 가운데 7마리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이 나타난 것. 해당 한우는 즉시 도살처분됐고 그 다음 날 통보된 확진 결과 2마리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나머지 한우도 도살처분 당해야 할 처지. 그러나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 기간인 14일이 지난 경우 도살처분을 피할 수 있다’는 농림수산식품부의 변경된 지침 덕에 도살처분을 극적으로 모면할 수 있었다. 앞서 구제역이 발생한 경북도축산기술연구소의 한우 돼지 등 1116마리가 도살처분 된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때 만약 한우가 모두 도살처분됐다면 30년 가까이 쌓은 한우 개량 연구 성과는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을 것입니다.” 19일 센터에서 만난 직원들은 “지금도 1년 전을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센터는 지난해 후보씨수소(종모우·種牡牛) 6마리를 농협한우개량사업소에 이관했다. 이 곳에서 후대 검정과 농촌진흥청 가축개량협의회의 유전능력 평가를 거쳐 보증씨수소로 선정된다. 보증씨수소가 되면 마리당 가치는 10억 원을 웃돈다. 만약 한우가 모두 도살처분됐다면 이 같은 성과는 불가능했다. 1984년 한우 입식으로 우량 한우 연구에 나선 이후 2008년부터 매년 후보씨수소를 생산해 결실을 맺는 단계.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후보씨수소 가운데 1마리가 보증씨수소로 선정되는 기쁨도 맛보았다.

구제역 1년이 지났지만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의 구제역 방역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발병 원인이 야생동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센터 부지 6km를 에워싸는 울타리가 쳐졌다. 또 지난해 직원 20여 명이 3개월 격리생활을 하는 동안 숙직실에서 큰 불편을 겪은 터라 본관 3층에 직원들의 비상근무를 위한 숙소를 만들었다. 예방 차원에서 직원들이 출근한 뒤 근무복으로 갈아입을 수 있도록 별도의 건물도 지었다. 출입자 및 차량에 대한 소독은 구제역 파동 때와 같은 수준으로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달라진 점은 직원들의 마음 자세다. 지난해 센터에서 먹고 자며 고생한 만큼 구제역에 대한 경각심이 몸에 밴 까닭이다. 한파에 수도가 얼고 차량 시동이 안 걸리기 일쑤였고 설도 센터에서 단체로 지냈다. 실험담당인 박연수 박사는 “직원들이 여행이나 집에 다녀올 때는 꼭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올 정도로 예방이 생활화됐다”며 “다시는 구제역과 같은 질병으로 우량 한우 연구가 중단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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