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원전 왜곡되고 日 강점기 행적도 사실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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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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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변 출판사 재조명으로 ‘민족시인’된 故 심연수 씨
평론가 이성천 씨 논문서 주장

‘민족시인’으로 선양사업이 진행 중인 강원 강릉 출신의 고(故) 심연수 시인(사진)이 과대 포장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경희대 객원교수 겸 문학평론가인 이성천 씨(43·문학박사)는 최근 발표한 ‘재만(在滿) 시인 심연수 시 연구에 나타난 몇 가지 문제’라는 논문을 통해 “심연수 시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적지 않은 연구들은 단순 착오에서부터 논리적 모순과 의도적 왜곡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연수 시인(1918∼1945)은 재만 조선인 문단의 무명 시인이었으나 2000년 중국연변인민출판사가 심연수 문학편을 간행하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그리고 최근까지 중국과 강릉을 중심으로 70여 편의 연구논문 및 산문이 발표됐고 ‘암흑기 민족의 별’, ‘일제 암흑기의 대표적인 저항시인’, ‘윤동주에 버금가는 시인’ 등의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씨는 이에 대한 반박으로 1940년 만주국 기관지 만선일보에 발표된 시 ‘대지의 젊은이들’을 예로 들었다. 이 시에는 ‘왕도낙토(王道樂土)의 젊은이여/오족협화(五族協和)가 빛나는 곳에/솜씨야 빛나거라’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왕도낙토와 오족협화는 당시 일본이 세운 만주국의 통치이념이기 때문에 민족주의 성향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선행연구자들이 시를 왜곡 평가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대학 교수를 지낸 A 씨는 자신의 책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란 시에 대해 원전에도 없는 ‘놈들의 총에 맞아’, ‘찢어져 펄럭이는 흰옷’ 구절을 내세워 왜곡했다는 것. 이에 대해 A 씨는 “2002년 중국연변인민출판사가 발행한 책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그 책에는 이 구절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씨는 또 선행연구자들이 기록한 일제의 징집 도피 시기와 대학 졸업 일자 등도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연수선양사업위원회 측은 “시인의 행적 부분은 동생인 심호수 씨의 증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심연수 시선집을 편저한 황규수 씨(인천 동산중 교사)는 “시인의 초기 작품에는 민족주의 경향이 없지만 일본 유학 이후 후기 시에서는 민족주의 경향이 나타난다”며 “초기 시만으로 민족시인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2000년 심연수 시인의 존재가 알려진 이후 강릉지역 문인들을 중심으로 선양사업위원회가 만들어져 심연수문학상이 제정됐고 심연수문학제가 매년 열리고 있다. 강릉시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선양사업에 2억7000만 원을 지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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