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농민 등친 비료업체 담합… 1조6000억 챙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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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13개 업체에 828억 과징금

국내 비료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남해화학 등 13개 화학비료업체가 농협중앙회의 비료입찰에서 16년간 담합을 벌여 1조60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으로 매년 1000억 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이는 고스란히 농가 피해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농협중앙회와 엽연초(담배)생산협동조합중앙회가 발주한 화학비료 입찰에서 담합한 13개 화학비료 제조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28억2300만 원을 부과했다. 업체별로는 비료시장 점유율이 42.4%에 이르는 남해화학이 502억6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부(동부하이텍과 동부한농·169억9400만 원), 삼성정밀화학(48억1400만 원), 케이지케미컬(41억6000만 원), 풍농(36억1000만 원), 조비(17억9400만 원), 협화(9억8600만 원), 제주비료(9800만 원), 우림산업(8600만 원), 세기(5100만 원), 미광(1500만 원), 비왕(900만 원)의 순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사전에 입찰가격과 물량을 담합하고 낙찰된 회사가 다른 회사에 물량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농협중앙회와 연초조합이 정한 낙찰 최고가격의 99%에 맞춰 낙찰을 받았다. 예를 들어 2007년 연초조합이 발주한 연초비료 입찰에서는 동부를 낙찰자로 정하고 나머지 회사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해 일부러 탈락된 뒤 동부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시장점유율에 따라 낙찰물량을 나눠줬다.

이들이 담합을 벌인 비료는 식물의 성장을 빠르게 하는 ‘21-17-17비료’(복합비료)와 요소비료 등 작물 재배에 사용되는 기초비료 8개 품목이다. 담합에 참여한 13개 업체는 8개 품목 매출의 100%를 장악하고 있다.

공정위는 담합이 깨진 지난해 농협중앙회 화학비료 입찰에서 낙찰가가 전년보다 21% 낮아지면서 농가의 화학비료 부담액이 1022억 원 줄어든 것으로 볼 때 이들이 담합으로 챙긴 부당이득은 16년간 1조6000억 원(연간 약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의 입찰가격 담합은 고스란히 비료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화학비료는 농협중앙회가 입찰을 통해 매년 전체 소요량을 일괄 구매한 뒤 지역농협을 통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비료 생산자물가는 연평균 9.7% 올라 같은 기간 연평균 생산자물가 상승률(3.0%)을 크게 웃돌았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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