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법인 서울대’ 첫발은 뗐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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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측 “세계대학 웅비 기회”

학생-직원들은 “무효 투쟁”

서울대가 28일 개교 65년 만에 독립법인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법인화에 반대하는 학생과 직원들은 “법인화 폐기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학내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는 2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중앙광역등기국에 정관과 이사·감사 명단 등 ‘국립대학 법인 서울대학교’ 법인 설립 등기 서류를 제출해 등기 신청을 마쳤다. 이로써 ‘국립대학 서울대 설치령’은 등기 즉시 폐지되고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발효돼 서울대는 이날부터 독립법인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대 법인화의 골자는 국가기관 중 일부이던 서울대를 독립된 법인으로 바꿔 인사 및 재정 운영에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기존 각 단과대와 평의원회, 기성회 등으로 나뉜 의사결정 시스템을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이사회의 결정으로 단일화하고 직선제로 선출하던 총장도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선출하게 된다.

서울대는 법인 전환 직후 “재정 인사 운영 조직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웅비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7일 기획재정부는 “서울대가 무상양여를 요청한 현 서울대 터와 건물 등 자산 중 70.1%인 2조6108억 원 규모의 국유재산을 무상 양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주민이 “법인 소유가 되면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며 양도를 반대한 3개 학술림(남부 칠보산 태화산) 등의 소유권 문제는 나중에 결정하기로 했다.

학내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 의장 유수진 씨(21·여)를 비롯한 학생 30여 명은 “국립 서울대가 죽었다”며 오전 10시 학생회관 1층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26일 농생대 학생 박선아 씨(22·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분향소를 설치했던 곳이다. 이들은 낮 12시에는 본부 1층에 기습적으로 모여 법인 출범을 조롱하는 의미로 케이크를 자르며 생일파티를 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법인화를 반대하는 직원과 일부 교수로 구성된 서울대 법인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오전 성명서를 내고 “법인화가 졸속으로 추진됐고 문제점도 여전하다. 투쟁은 이제부터”라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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