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다문화가정에 온정을’ 2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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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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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라 동화 읽어주고… 광주 ‘아시아밝음공동체’
베트남-중국 전래동화 번역… 다문화2세에 자긍심 심어줘

9일 아시아밝음공동체 자원봉사자와 결혼이주여성이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동화구연을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하는 이 단체는 지난해에 이어 베트남과 중국 전래동화책 3권을 펴냈다. 아시아밝음공동체 제공
9일 아시아밝음공동체 자원봉사자와 결혼이주여성이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동화구연을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하는 이 단체는 지난해에 이어 베트남과 중국 전래동화책 3권을 펴냈다. 아시아밝음공동체 제공
“왕이시여! 이 떡은 자식을 돌보는 부모님의 은혜를 의미합니다. 둥근 모양의 반다이는 하늘을 상징하고 네모난 모양의 반쯩은 땅을 상징합니다.”

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4가 ‘아시아밝음공동체’. 가정집을 개조해 북카페로 꾸민 공동체 한쪽 공간에서 베트남 이주여성인 후엔 뜨완 씨(32)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모아놓고 베트남 전래동화인 ‘반다이 반쯩’을 읽어주고 있었다. 베트남어와 한국어로 된 20쪽짜리 동화책은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아시아밝음공동체가 지난달 펴냈다. 세 살 난 딸을 두고 있는 후엔 씨는 “번역 작업에 참여하면서 ‘나도 뭔가 할 수 있구나’라는 자부심을 느꼈다”며 “자원봉사자들이 예쁘게 삽화까지 그려줘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아시아밝음공동체는 이번에 베트남 동화와 함께 중국 전래동화가 담긴 책도 펴냈다. 붓이 없어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려온 가난한 소년이 신령에게서 붓을 선물로 받았는데 이를 탐낸 관리가 붓을 빼앗아가자 붓으로 혼을 내준다는 내용의 ‘마량의 신비한 붓’이다. 지난해 베트남 동화 ‘백 마디 대나무’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출간이다. 3권의 책은 이주여성들과 상의해 출신 국가에 널리 알려진 동화를 골랐다.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자원봉사자가 도움을 줬다. 지난해 지역다문화프로그램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광주시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500만원씩 지원받았지만 인쇄하기에도 벅찼다. 3권의 동화책을 번역하고 삽화를 그려주고 감수해 준 것은 자원봉사자들이었다. 광주 서림초등학교 이미경 교사(46·여)와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홍익대 미대 출신 김현정 씨(여)가 삽화를 그려줬다. 감수는 전남대 교수와 조선대 강사가 흔쾌히 도와줬다. 엔터출판사에서도 저렴한 값에 책을 내줬다.

김기현 아시아밝음공동체 기획실장은 “책을 통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 2세들에게 ‘어머니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언어 학습 기회도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며 “자원봉사자들의 ‘재능기부’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공동체는 동화책을 500부씩 인쇄해 다문화 관련 단체에 보내주고 가정에도 전달했다. 내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을 받아 일본, 스리랑카, 중국, 베트남 등 4개국 동화를 번역해 출간하기로 했다. 임방울국악진흥회와 함께 ‘오색종이 합창단’을 만들어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우리 국악을 널리 알리는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7세 소녀가장 평생 도와주고 ▼
위성대 대호종합건설 사장, 딱한 사연듣고 月10만원 후원… 장흥군 주민들도 힘 보태

“평생 후원자를 만나 이젠 외롭지 않아요.”

홀로 남은 다문화가정 소녀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생겼다. 위성대 대호종합건설 사장(46)은 최근 전남 장흥군 장동면에 사는 김우고치유니 양(7)과 평생 후원 결연을 맺었다. 장동면 출신인 위 사장은 앞으로 김 양에게 매달 10만 원씩 후원하기로 했다. 위 사장은 올 8월 김 양의 딱한 사연을 알고 평생 후원을 결심하게 됐다. 김 양은 지난해 엄마를 암으로 잃었다. 아빠는 고국인 나이지리아로 돌아가 홀로 남게 됐다. 김 양은 한국인 엄마 성인 김 씨와 아빠 성 우고치를 따 ‘김우고치’라는 성에 ‘유니’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외할머니(79)와 살기 위해 서울에서 장흥으로 내려온 김 양은 늘 맑게 웃어 유치원에서도 인기가 높다.

마을 주민들도 김 양의 든든한 후원자다. 25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조손가정의 김 양을 늘 챙긴다. 임모 씨는 “주민들 모두 딱한 사정을 알고 늘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며 “시골이어서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웃들의 관심으로 김 양의 집 화장실과 목욕탕이 새해 1월 리모델링된다. 화장실이 밖에 있는 데다 재래식이어서 어린 김 양에게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장흥군에서 화장실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고 주민들이 일손을 도울 예정이다. 노옥기 장동면장은 “이웃들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소외계층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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