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166명,대법원장에 “FTA 재협상 연구 태스크포스 설치를” 건의문 제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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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부장판사 대표로 작성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43·사법시험 32회)가 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달라는 건의문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당초 건의문에는 175명의 판사가 동참 의사를 밝혔으나 완성된 건의문을 회람하는 과정에서 김동진 춘천지법 부장판사(50·35회) 등 9명이 동의를 철회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9일 오후 4시경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글을 올려 “건의문 전체 취지가 한미 FTA 반대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건의문에 이름을 올린 판사는 부장판사 10명을 포함해 모두 166명으로 줄었다.

김하늘 부장판사는 건의문을 통해 “대법원 산하에 한미 FTA 연구를 위한 TF를 설치해 한미 FTA가 사법주권을 중대하고 심각한 수준까지 제한하고 있는지를 연구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필요한 경우 한미 FTA에 대한 사법부 입장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건의문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새 경제정책을 취할 때마다 미국 기업에 소송을 당할까 봐 눈치를 보는 신세가 될 것”이라며 “미국으로서는 ISD 조항은 서부시대의 총잡이들이 차고 다니는 총과 같다. 차고 다니기만 하면 굳이 뽑지 않아도 일반인은 눈치를 보면서 피해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이 한미 FTA 재협상을 논의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과 조약비준권을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았다. 김 부장판사는 “법률을 적용할 기관인 사법부가 미리 법률에 관한 검토를 해 의견을 내는 것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국회에서 심의 중인 법률안에 대법원이 의견을 제시한 경우는 많았고 아무도 비판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보고를 받은 뒤 법원행정처에 건의문 내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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