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한국인 4명만 계속 억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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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피랍 제미니호… 싱가포르 선사만 믿었다가 뒤통수

올해 4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싱가포르 선적 화학물질운반선 제미니(MT GEMINI)호 선원들이 대부분 풀려났지만 한국인 선원 4명은 풀려나지 못했다. 싱가포르 선사와 소말리아 해적 간의 협상 결과만 믿고 있던 한국 정부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1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싱가포르 선사는 해적과의 협상에 따라 지난달 29일 협상금을 지불했고, 해적들은 지난달 30일 오전 3시(현지 시간) 제미니호를 떠났다. 소말리아 호비오 인근 해역에서 발견된 제미니호에는 선원 25명 중 21명이 남아 있었지만 한국인 4명은 없었다. 정부는 해적들이 배를 떠나면서 합의 내용을 어기고 한국인 선원을 데리고 소말리아 내륙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적들이 유독 한국 선원만 계속 억류하면서 피랍 216일째를 맞은 제미니호 사태는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제미니호 사태는 피랍 216일 만에 석방된 삼호드림호 사건을 넘어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최장기 납치 사태로 기록되게 됐다.

해적은 7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덴 만 여명작전’에서 사망한 해적 8명의 몸값과 생포돼 한국에서 재판 중인 해적 5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런 요구를 협상금을 더 받아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이번 피랍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적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적인 원칙이어서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적은 게 사실이지만 아덴 만 여명작전 성공 이후 한국에 대한 소말리아 해적의 적개심이 높아진 상태에서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를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해적들이 근거지인 소말리아 내륙으로 이동했다면 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일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에 참석한 아브디라힘 아브디 아비카르 소말리아 외교차관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비카르 차관은 “납치세력의 정체를 파악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답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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