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땀,몰입,인성은 ‘성공의 트라이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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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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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신화 3인 릴레이 인터뷰

왼쪽부터 장인수 OB맥주 부사장, 만화가 허영만, 정재금 KB국민은행 지점장. 이들은 고졸이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왼쪽부터 장인수 OB맥주 부사장, 만화가 허영만, 정재금 KB국민은행 지점장. 이들은 고졸이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최근 국내기업들의 고졸채용 바람이 거세다. 이런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최근 원서접수를 마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는 성적 상위권 중학생도 대거 지원하면서 높은 경쟁률은 기록했다. 고졸 성공신화를 쓴 경영, 문화, 금융계 3인을 만나 성공비결을 물었다. 장인수 OB맥주 부사장, 만화가 허영만, 정재금 KB국민은행 지점장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 장인수 OB맥주 부사장
“매일 200km, 남들보다 ‘더’ 땀 흘릴 때 노력도 빛나요”


자동차로 지구를 수십 바퀴 돈 사나이. 장인수 OB맥주 부사장(56)은 주류영업현장을 발로 뛰며 성공신화를 썼다. 그는 대경정보산업고를 나와 진로의 영업사원으로 시작했다. 하이트주조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지금은 OB맥주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1980년 진로 공채 신입사원으로 주류영업에 뛰어들었을 때 그에게 맡겨진 일은 영업 중에도 까다롭기로 소문난 슈퍼마켓이나 주류업소 현장영업. 입사 전 생각한 대형업체 사장과 거래를 하는 ‘우아한’ 영업사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업현장에는 협조적인 사람도 있었지만 험한 말을 듣거나 문전박대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장 부사장은 힘들수록 스스로를 독려하며 ‘더’라는 좌우명을 마음에 새겼다.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뛰어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 부사장은 선배들이 6개 영업라인을 담당할 때 19개까지 맡기를 자처하며 ‘포니’ 자동차를 운전해 하루 200km를 뛰기 시작했다. 새벽같이 집을 나와 서울을 지나 경기 양평지역에 있는 영업점까지 들르면 별을 볼 때쯤이나 일이 마무리됐다. 이런 생활을 4년간 반복했다.

“다른 영원사원이 90도로 숙이면 저는 더 숙여서 인사했어요. 몇 년간 조금씩 신뢰를 쌓자 주위에서도 인정해주기 시작했지요. 영업부장이 된지 10개월 만에 임원이 됐어요. 입사동기 중에 가장 빨랐지요.”

디지털시대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그는 믿는다. 그가 현장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 쌓은 신뢰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듯, 몸을 부딪치며 흘린 땀은 정직하다는 진리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꿈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의 크기입니다. 젊음이 곧 희망입니다. 젊음은 곧 시간을 의미합니다. 주어진 시간동안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 만화가 허영만
“뼈를 깎는 8년의 준비기간, 희생 없인 얻는 것도 없어요”


대한민국 사람 중 만화가 허영만(64)의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만화 ‘식객’은 단행본만 100만 부 이상 팔렸고 ‘날아라 슈퍼보드’ ‘타짜’ ‘비트’ 등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작품만 13편에 달한다.

허 화백은 한때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집안사정으로 대학진학이 어려워지자 진로를 바꿔 만화에 인생을 걸었다. 그는 전남 여수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만화가 김석, 박문윤, 엄희자, 이향원 밑에서 문하생으로 8년간 만화그리기를 배웠다. 그는 “친구들이 대학생활의 낭만을 누릴 때 나는 하루 종일 만화를 그렸다”면서 “데뷔 후 3년 안에 만화가로 성공할 싹이 보이지 않으면 그만두겠다는 각오로 매달렸다”고 말했다.

내공을 키우며 잔뜩 웅크리던 그는 1974년 ‘집을 찾아서’라는 작품으로 만화 공모전에서 입상하면서 만화계에 화려하게 데뷔한다. 3개월 뒤에는 항일운동을 다룬 태권도 만화 ‘각시탈’로 단숨에 인기 만화가 반열에 올랐다.

얼핏 만화가로서 무명생활 없이 승승장구한 듯 보이지만 언제나 남보다 일찍 일어나 더 오래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최근 인기를 끈 관상을 다룬 만화 ‘꼴’을 그리려고 관상 공부만 19개월을 했을 정도.

허 화백은 “데뷔전부터 곧 벌어질 전쟁을 위해 총알을 쌓아 놓는다고 생각하며 늘 긴장하며 살았다”고 했다. 삶을 온전히 만화에 쏟아 부은 몰입은 만화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준 비결이다.

“유명 대학에 가 졸업장만 받는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사회에서 인정받으려면 끊임없이 자기 분야를 공부해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실력을 쌓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희생하겠다는 각오, 대가를 지불할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 정재금 KB국민은행 지점장
“실력이 최고? 인성은 실력을 뛰어넘는 경쟁력”


정재금 KB국민은행 지점장(47)은 입사동기에 비해 평균 8년 일찍 지점장이 됐다. 그에게 성공에 유리한 환경이 주어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정 지점장은 서울여상 졸업과 동시에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에 6급 행원으로 입사했다. 5급 행원부터 시작하는 대졸사원보다 낮은 직급이었다. 당시엔 남녀차별도 존재했다. 같은 고졸자라도 여성은 6급여행원, 남성은 6급행원으로 차이를 뒀다. 남성과 직급이 같아지려면 행원전직시험을 봐야 했다.

정 지점장은 환경을 탓하진 않았다. ‘노력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는 좌우명을 품고,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고 믿었다. 남들이 오전 9시 반까지 출근할 때 그는 오전 8시부터 일을 시작했다. 같은 서류를 작성해도 다른 사람보다 한 번 더 검토한 뒤 제출했다.

행원에서 관리직이 되기 위한 책임자고시도 정면 돌파했다. 책임자고시는 남자직원은 3개월간 여관에서 자며 고시공부하듯 준비해야 간신히 합격할 수 있다는 어려운 시험. 하지만 네 살 된 아들을 둔 그가 따로 공부시간을 내는 건 불가능했다.

배수진을 쳤다. 단독주택 옥상에 텐트를 치고 전기선을 끌어와 불을 밝혀 밤 늦게부터 오전 3시까지 공부했다. 그렇게 3개월을 공부한 뒤 책임자고시를 통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점장으로 발탁됐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그이지만 실력보다 인성을 강조한다. 학력보다 중요한 게 실력이지만 실력 이상으로 중요한 건 인성이라고 확신한다. 막상 사회에 나오면 사람들 간의 실력 차이는 크지 않고 함께 일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까닭이다. 그래서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단다.

“자신이 일을 잘한다며 주위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인정받기 어려워요.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되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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