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점검]10년간 1450억 들인 산업도로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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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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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1450억여 원을 들여 건설하고 있는 삼익아파트∼현대제철 산업도로가 시작되는 1구간 고가도로 진입로. 2007년 착공한 이 구간은 방음펜스 설치와 도로포장 등 마무리 공사만 남겨두고 있으나 시가 최근 공사를 중단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시가 1450억여 원을 들여 건설하고 있는 삼익아파트∼현대제철 산업도로가 시작되는 1구간 고가도로 진입로. 2007년 착공한 이 구간은 방음펜스 설치와 도로포장 등 마무리 공사만 남겨두고 있으나 시가 최근 공사를 중단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시가 1450억여 원을 들여 건설한 산업도로가 방치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로 일부 구간은 취소하기로 결정했지만 공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나머지 구간은 개통을 무기한 보류해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21일 시에 따르면 2001년부터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구 송현동 현대제철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산업도로(길이 약 2.51km) 건설공사에 들어갔다. 이 도로는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와 송도국제도시(해안도로)를 직선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중구와 동구 일대 교통정체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도로의 폭은 왕복 6차로 규모로 모두 4개 구간으로 나눠 연차적으로 착공했다. 1구간(현대제철∼송현터널, 875m), 2구간(송현터널∼송림로, 315m), 3구간(송림로∼유동삼거리, 380m), 4구간(유동삼거리∼삼익아파트, 940m) 등이다. 시는 이 가운데 4구간을 지난해 완공해 가장 먼저 개통했다.

그러나 산업도로의 중간 지점에 속하는 3구간 공사는 지난해 취소됐다. 3구간인 동구 금곡동 일대 ‘배다리’ 지역을 지하도로로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이 근대유적지가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배다리는 19세기 말까지 큰 갯골수로가 있어 만조 때면 바닷물이 들어왔는데 1900년 경인철도가 생긴 뒤 철로 주변을 개발할 때까지 배가 닿는 다리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배다리 주변에는 1892년 국내 최초 사립학교로 설립된 영화초등학교와 1905년 고풍스러운 르네상스 양식 건물로 지어진 여선교사 기숙사(현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 등 문화재(인천시 지정)가 있다. 결국 시는 같은 해 배다리 일대를 역사문화마을로 보존하기로 했다.

문제는 시가 공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1구간과 2004년 준공한 2구간의 개통을 무기한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고가차도로 건설된 1구간은 2007년 착공해 방음펜스 설치와 도로포장 공사만 남겨두고 있으나 시가 9월 시공사에 공문을 보내 공사를 중단시켰다. ‘7억 원을 지급할 테니 고가차도 개통을 미루는 데 따른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공사를 현재 상태에서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 1구간을 완공해 개통하려면 주변 N아파트 주민 보상비(200억 원)와 방음펜스 설치비(80억 원) 등 모두 310억 원이 필요하지만 이를 마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1구간 공사가 장기간 방치될 경우 고가차도 구조물이 노화되는 데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이 뻔해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을 오가는 차량 운전자 대부분은 1, 2구간의 조속한 개통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 김영근 씨(42)는 “1, 2구간을 개통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월미은하레일에 이은 대표적 재정 낭비사업이 될 것”이라며 “시가 사업 초기에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N아파트 주민과의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1구간 공사를 일단 중단했다”며 “사업비가 마련되면 도로 개통 여부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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