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경북대병원 파업 勞使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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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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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병원이 3년 연속 파업을 해 “걸핏하면 파업”이라며 혀를 차는 시민이 적지 않다. 조합원 200여 명이 9일 시작한 파업이 14일 현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측도 더는 양보할 수 없다며 맞서 ‘갈 때까지 가보자’는 모양새다. 경북대병원이 늘 내세우는 ‘인명이 최고 가치인 환자 중심 병원’이라는 가치는 노사의 이익 속에 묻혀 버렸다

병원 노조도 파업할 권리는 당연히 있다. 그러나 병원 특성상 파업은 환자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충돌한다. 이 두 가지 권리가 맞설 경우 우선은 ‘환자의 생명권’이다. 법원도 생명권에 관한 법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파업권보다 가치가 높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법원의 이런 판단이 부당하다고 여기는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파업 강행을 막지 못한 사측의 책임 또한 면제될 수 없다. 1907년 대구동인의원에서 시작해 100년 넘는 역사와 명예를 쌓은 경북대병원의 파업은 매우 무책임한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대학병원=경북대병원’이라고 믿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 경북대병원은 임금 인상 등을 둘러싸고 파업을 할 만큼 한가한 처지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응급실에 왔던 5세 아이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다른 병원을 헤매다 숨진 사건도 병원 파업 중에 일어났다. 이 사건 이후 병원 측은 모든 면에서 모범적인 대학병원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번 파업을 보면 모두 거짓이다.

경북대병원은 보건복지부의 권역별 응급의료센터 평가에서 2008년부터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도 국공립 병원 중 꼴찌 수준이었다. 노사의 이익이 환자의 건강과 시민의 신뢰보다 클 수 없다. 이번처럼 무책임한 파업이 이어지면 이 병원을 찾는 연간 130만 명가량의 환자도 믿음을 거둘 것이다. 1시간 40분이면 서울까지 가는 시대라는 것부터 노사는 명심하고 자신들을 돌아봐야 마땅하다.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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