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안보 위해 해군기지 필요하지만 15만t 크루즈항 약속도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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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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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제주지사 인터뷰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공사가 진행 중인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군기지 설계에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

설계 당시 실시한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자료가 오류투성이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방부, 국토해양부, 제주도가 합의한 ‘15만 t급 크루즈선 2척 동시 접안’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적용한 풍속은 초속 7.7m로 해양교통안전법에서 정하고 있는 해상교통 안전진단의 기준인 초속 14m에 훨씬 못 미쳤다. 해양 관계자들은 시뮬레이션은 악조건을 적용해야 하는데도 기준보다 낮은 풍속을 적용했기 때문에 신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시뮬레이션을 다시 실시하고, 민항과 군항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사진)를 2일 오후 만났다.

―제주해군기지 사업에 대한 방침이 바뀐 것인가. 민항 역할 강조를 정부 압박용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압박은 무슨…. 도지사 자리가 그리 힘이 있는 건 아니다. 해군기지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해군기지를 안보사업으로 강조했고 현 정부가 들어선 후 국무총리실 조정을 거쳐 민항과 군항이 공존하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겠다고 합의했다. 이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일 뿐이다.”

―성과는 있었나.

“수차례 요청 끝에 다행히 지난달 21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조사 소위원회에서 15만 t 크루즈선의 입항 가능성에 대한 기술 검토를 검증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관련 법 개정을 거쳐 크루즈선은 국토부, 군함은 해군이 각각 항만관제권을 행사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등 기술 검토가 이뤄질 때까지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해야 하나.

“지금은 기초공사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방파제 공사 이전에 기술 검토가 끝나야 하고 필요하다면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15만 t 크루즈선 2척이 동시 접안하려면 현재 예정된 서방파제 길이를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술 검토가 끝나야 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민항과 군항이 공존하는 항구가 되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도 없다. 15만 t 크루즈선이 기항하면 국내 최초가 된다. 새로운 관광 메리트로 활용이 충분하지 않나. 동북아 크루즈 허브항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관리권과 운영권을 국토부, 제주도가 실제로 행사하는 민항 기능이 보장된다면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엎드려 호소하고 싶다. 실질적인 혜택을 안겨주는 지역발전사업도 충실히 추진할 각오다.”

―해군기지 사업이 꼬일 대로 꼬였다. 탈출구도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둔 해법이 있다면….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어려울수록, 문제가 복잡할수록 기준과 원칙을 지켜갈 수밖에 없다. 해군은 안보사업을 위해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제주도는 크루즈항을 통해 관광진흥과 지역발전을 추진하고, 강정마을 주민들은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아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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