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수시=내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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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교육, 서울시내 주요대학 수시 지원학생 6만 1880명 내신 등급 분석
특기자·입학사정관전형 ‘수시=내신’ 아닐 가능성 높아

《대입 수시모집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내신’이라는 인식이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 팽배한 가운데, 최근 이런 인식을 뒤집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입시전문 ㈜하늘교육이 2011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서울시내 주요 대학에 지원한 서울지역 6만1415명, 부산지역 고교생 465명 등 총 6만1880명(합격자 8252명·불합격자 5만3628명)을 분석한 결과, 주요 대학의 합격자 내신 간 등급 차가 최고 7.6등급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류평가 비중이 큰 서울대 특기자전형에서도 내신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문계열 합격자 중 내신이 가장 높은 학생은 1.1등급, 가장 낮은 학생은 6.6등급으로 5.5등급이나 차이가 났다.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및 비교과, 교내외 수상실적, 봉사활동 등이 주요 평가요소인 서류평가에서 학교 내신이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으리란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근 대입 수시모집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내신’이란 인식을 뒤집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일부 교육전문가들은 “특목고 자율고 교육특구 내 명문고 학생들에 국한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DB
최근 대입 수시모집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내신’이란 인식을 뒤집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일부 교육전문가들은 “특목고 자율고 교육특구 내 명문고 학생들에 국한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DB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이번 조사 결과는 전국 수시모집 지원자 및 전체 합격자를 파악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분명 한계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서울지역 수험생 중 상당수가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어 주요 대학의 전형별 합격 가능한 내신등급 및 스펙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 100명 중 98등도 연세대 수시 합격… ‘수시=내신’ 아닐 수도

수시 특기자전형과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수시=내신’ 등식이 무너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들 전형은 서류평가 비중이 다른 전형에 비해 높은데도 불구하고, 합격자 평균 내신등급에 훨씬 못 미치는 학생이 합격한 사례가 확인됐다.

합격자 평균 내신이 3.5등급인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전형이 대표적 사례. 1단계 서류 100%, 2단계 서류 60%와 영어면접 40%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이 전형에서는 내신 8.4등급(석차 백분율 약 98%)인 학생이 합격했는데, 합격자 중 최고 내신점수인 1.3등급과는 무려 7.1등급이나 차이가 난다. 다시 말해, 전교 100명 중 98등인 학생이 비교과활동과 스펙, 영어면접의 힘으로 최종 합격했다는 얘기다. 연세대의 또 다른 특기자전형인 글로벌리더전형(서류 60%+논술 40%)은 합격자 평균 내신이 2.5등급이었지만, 최고 내신(1.1등급)보다 5등급이 낮은 6.1등급(석차 백분율 약 77%) 학생도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전형인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은 ‘학생부 교과 70%+사정관평가 30%’로 합격자를 선발해 내신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전형. 합격자들의 평균 내신점수도 1.9등급으로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내신점수가 8.4등급(석차 백분율 약 98%)으로 매우 낮은 학생도 합격했다. 비교과활동, 활동기록보고서, 추천서 등을 고려하는 사정관평가를 통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

○서울대 합격자 58.1% 수상실적 제출…
수시는 일부 고교생들만의 기회?


그렇다면 일반계고에서 내신점수 5등급 이하를 받는 학생들도 서울시내 주요 대학 진학을 노려볼 수 있다는 의미일까? 그건 ‘순진한’ 해석일 수 있다는 게 대부분 입시전문가의 의견이다.

오히려 일부 입시전문가들은 “내신 역전은 특목고 및 전국단위 자율고,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교육특구 내 명문고 학생들에게 국한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내신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서류평가항목 중 객관적 수치로 점수가 드러나는 ‘정량적 평가요소’는 △구술고사 및 면접 점수 △수상실적 등 2가지가 대표적. 이 중 특기자전형의 구술고사는 난도가 상당히 높아 특목고 및 자율고 학생에게 매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수상실적 역시 수시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리란 추측도 가능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수시 합격자의 58.1%가 교내외 수학·과학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제출한 반면, 불합격자 중에선 28.3%만이 수상실적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합격자의 33.2%가, 연세대는 합격자의 35.6%가 수상실적을 제출해 불합격자(각 12.7%, 14.0%)보다 제출 비율이 2, 3배 높았다.

이런 조사결과에 대해 서울지역의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서류평가에선 특정 평가요소에 치중하지 않고 학생들의 여러 가지 스펙을 종합 고려해 점수를 준다”며 “수상실적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평가요소인건 맞지만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신점수 위한 일반계고 진학,
수시에 무조건 유리하진 않을 수도


최근 대입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특목고 및 자율고 입시를 준비하던 최상위권 중학생 중 일부가 일반계고로 목표를 수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측해볼 때 ‘일반계고 진학이 반드시 대입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임 대표이사는 “중학교 때부터 각종 교내외 경시대회에 꾸준히 참가한 경험이 있거나 수학 과학 영어 중 한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면, 특목고 및 자율고 진학을 통해 오히려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수시모집에 합격하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특목고 및 자율고 학생들이 낮은 내신점수를 극복하고 합격한 것은 아니므로 일정 수준 이상의 내신점수를 유지할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또 일반계고 중에서도 과학중점학교, 외국어중점학교 등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교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 고교 진학이 내신과 스펙을 모두 적정수준 이상으로 관리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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