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교육, 서울시내 주요대학 수시 지원학생 6만 1880명 내신 등급 분석
특기자·입학사정관전형 ‘수시=내신’ 아닐 가능성 높아
《대입 수시모집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내신’이라는 인식이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 팽배한 가운데, 최근 이런 인식을 뒤집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입시전문 ㈜하늘교육이 2011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서울시내 주요 대학에 지원한 서울지역 6만1415명, 부산지역 고교생 465명 등 총 6만1880명(합격자 8252명·불합격자 5만3628명)을 분석한 결과, 주요 대학의 합격자 내신 간 등급 차가 최고 7.6등급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류평가 비중이 큰 서울대 특기자전형에서도 내신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문계열 합격자 중 내신이 가장 높은 학생은 1.1등급, 가장 낮은 학생은 6.6등급으로 5.5등급이나 차이가 났다.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및 비교과, 교내외 수상실적, 봉사활동 등이 주요 평가요소인 서류평가에서 학교 내신이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으리란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이번 조사 결과는 전국 수시모집 지원자 및 전체 합격자를 파악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분명 한계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서울지역 수험생 중 상당수가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어 주요 대학의 전형별 합격 가능한 내신등급 및 스펙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 100명 중 98등도 연세대 수시 합격… ‘수시=내신’ 아닐 수도
수시 특기자전형과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수시=내신’ 등식이 무너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들 전형은 서류평가 비중이 다른 전형에 비해 높은데도 불구하고, 합격자 평균 내신등급에 훨씬 못 미치는 학생이 합격한 사례가 확인됐다.
합격자 평균 내신이 3.5등급인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전형이 대표적 사례. 1단계 서류 100%, 2단계 서류 60%와 영어면접 40%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이 전형에서는 내신 8.4등급(석차 백분율 약 98%)인 학생이 합격했는데, 합격자 중 최고 내신점수인 1.3등급과는 무려 7.1등급이나 차이가 난다. 다시 말해, 전교 100명 중 98등인 학생이 비교과활동과 스펙, 영어면접의 힘으로 최종 합격했다는 얘기다. 연세대의 또 다른 특기자전형인 글로벌리더전형(서류 60%+논술 40%)은 합격자 평균 내신이 2.5등급이었지만, 최고 내신(1.1등급)보다 5등급이 낮은 6.1등급(석차 백분율 약 77%) 학생도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전형인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은 ‘학생부 교과 70%+사정관평가 30%’로 합격자를 선발해 내신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전형. 합격자들의 평균 내신점수도 1.9등급으로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내신점수가 8.4등급(석차 백분율 약 98%)으로 매우 낮은 학생도 합격했다. 비교과활동, 활동기록보고서, 추천서 등을 고려하는 사정관평가를 통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
○서울대 합격자 58.1% 수상실적 제출… 수시는 일부 고교생들만의 기회?
그렇다면 일반계고에서 내신점수 5등급 이하를 받는 학생들도 서울시내 주요 대학 진학을 노려볼 수 있다는 의미일까? 그건 ‘순진한’ 해석일 수 있다는 게 대부분 입시전문가의 의견이다.
오히려 일부 입시전문가들은 “내신 역전은 특목고 및 전국단위 자율고,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교육특구 내 명문고 학생들에게 국한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내신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서류평가항목 중 객관적 수치로 점수가 드러나는 ‘정량적 평가요소’는 △구술고사 및 면접 점수 △수상실적 등 2가지가 대표적. 이 중 특기자전형의 구술고사는 난도가 상당히 높아 특목고 및 자율고 학생에게 매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수상실적 역시 수시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리란 추측도 가능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수시 합격자의 58.1%가 교내외 수학·과학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제출한 반면, 불합격자 중에선 28.3%만이 수상실적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합격자의 33.2%가, 연세대는 합격자의 35.6%가 수상실적을 제출해 불합격자(각 12.7%, 14.0%)보다 제출 비율이 2, 3배 높았다.
이런 조사결과에 대해 서울지역의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서류평가에선 특정 평가요소에 치중하지 않고 학생들의 여러 가지 스펙을 종합 고려해 점수를 준다”며 “수상실적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평가요소인건 맞지만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신점수 위한 일반계고 진학, 수시에 무조건 유리하진 않을 수도
최근 대입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특목고 및 자율고 입시를 준비하던 최상위권 중학생 중 일부가 일반계고로 목표를 수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측해볼 때 ‘일반계고 진학이 반드시 대입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임 대표이사는 “중학교 때부터 각종 교내외 경시대회에 꾸준히 참가한 경험이 있거나 수학 과학 영어 중 한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면, 특목고 및 자율고 진학을 통해 오히려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수시모집에 합격하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특목고 및 자율고 학생들이 낮은 내신점수를 극복하고 합격한 것은 아니므로 일정 수준 이상의 내신점수를 유지할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또 일반계고 중에서도 과학중점학교, 외국어중점학교 등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교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 고교 진학이 내신과 스펙을 모두 적정수준 이상으로 관리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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