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생활 속의 작은 나눔 “서울이 따뜻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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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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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학원 병원… 재능으로 이웃에 봉사 ‘착한 이웃’ 8855곳
서울시 ‘디딤돌’ 사업 3년

재능과 서비스를 기부하는 ‘서울 디딤돌’ 사업에 참여하는 착한 이웃이 늘고 있다. 사진 위쪽은 기부에 동참한 한 식당이 지역 어르신에게 생일 파티를 해주는 모습. 아래쪽은 저소득층 자녀에게 안경을 맞춰주는 안경점. 서울시 제공
재능과 서비스를 기부하는 ‘서울 디딤돌’ 사업에 참여하는 착한 이웃이 늘고 있다. 사진 위쪽은 기부에 동참한 한 식당이 지역 어르신에게 생일 파티를 해주는 모습. 아래쪽은 저소득층 자녀에게 안경을 맞춰주는 안경점. 서울시 제공
“매일매일 목요일이었으면 좋겠어요. 목요일만 되면 제가 좋아하는 빵을 마음껏 먹을 수 있거든요.”

“생전 처음 제주도를 가봤어요. 부모 없이 자란 손자 녀석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저 감사하죠.”

“평소 허리가 아팠는데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내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큰 기계에 들어가서 검사(MRI·자기공명영상)도 받았다니까요.”

동네 빵집에서부터 여행사, 최근에는 병원까지. 어려운 이웃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 서비스를 기부하는 ‘착한 이웃’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2008년 시작한 ‘아름다운 이웃, 서울디딤돌’ 사업이 올해로 3주년을 맞았다. 첫출발 당시 동네 빵집이나 음식점, 미용실과 같은 업소 125곳이 기부행렬에 동참했다. 1년 만에 2300개 업소를 넘어서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9월 말까지 서울 시내 전역에 확산된 ‘착한 이웃’은 8855곳에 이른다. 지금까지 디딤돌 사업의 혜택을 본 이용자만 9만2000명이 넘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74억5200만 원을 기부받은 셈이다.

○ 외식부터 교육, 의료까지 다양한 기부행렬

분야도 다양하다. 외식 업체부터 동네 학원, 병원, 약국, 안경점, 공연장, 목욕탕, 미용실, 회계·법률 상담과 여행사까지 전 분야에 걸쳐 이용자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의 기부는 단순하게 현물·현금을 전달하는 데 그쳤지만 필요에 따라 저소득 이웃에게 나눔의 기회를 펼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기부를 어렵게만 느끼던 중소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의 서비스나 물품을 활용해 나눔에 동참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역사회 속에서 나눔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삭막했던 동네 이웃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 처음 기부에 참여한 업체들의 96%가 지속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혔고 이용자의 95%가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지역사회에서 해결하기 힘든 서비스는 서울시 복지재단이 전문기관을 섭외해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법무법인 서비스와 대학교, 공연장, 여행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 업그레이드 나눔 서비스로

디딤돌 사업을 이용하고 싶은 저소득층은 자치구 복지관을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등록하면 된다. 지역 복지관은 기부에 동참한 업체와 해당 저소득층을 연결해 준다. 최근에는 기부에 참여하는 업체가 많은 거리를 ‘나눔의 거리’로 지정해 기부자와 이용자를 더욱 가깝게 이어주고 있다. 서울 시내에는 파전과 치킨 업체가 많은 구로구의 ‘파닭거리’를 비롯해 36곳의 나눔의 거리가 운영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중랑구 면목동의 피아노 학원을 다닐 수 있게 된 이희수(가명·12) 양은 “학원비를 내기 힘들어 지금껏 한 번도 피아노를 배울 기회가 없었지만 이제는 연주하게 돼 기쁘다”며 “나중에는 나도 다른 사람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관 서울시 복지건강본부장은 “디딤돌 사업은 서비스 기부라는 새로운 나눔문화를 정착시킨 모델”이라며 “마을단위 자영업체들의 참여를 더 유도해 그물망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기부에 동참하고 싶은 ‘착한 이웃’은 서울시 복지재단 홈페이지(didimdol.welfare.seoul.kr)나 전화(02-2011-0437)로 문의하면 된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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