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FTA 찬반 근거 비교하며 논증형식 갖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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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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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읽기로 논술 준비

바야흐로 논술의 계절입니다. 10월 들어 주말마다 많은 대학에서 2012학년도 수시 논술 시험을 보는 중입니다. 상당히 많은 분량의 제시문을 읽고 논제의 요구에 맞춰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처음 접하는 제시문이라 내용을 파악하기도 힘들지만 논제가 요구하는 사항을 정확하게 분석해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일도 힘듭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논술도 하루아침에 준비하기는 어렵습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해결책을 만드는 활동을 꾸준히 해야 됩니다. 차근차근 준비해야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수험생이 많습니다. 여러 방법 중에서 저는 신문 읽기를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신문이야말로 논술 준비를 위한 보물창고입니다. 논술을 잘하는 사람치고 신문 읽기를 게을리 한 사람은 없습니다. 신문 속에 논술의 비법이 숨어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은 신문이라는 보물창고의 빗장을 열고 들어가 신문 읽기가 논술에 도움이 되는 비법을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

1. 논증적 글쓰기

논술이 뭘까요? 논술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논증적 글쓰기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펼치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 논증적 글쓰기입니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이 있어도 논리적으로 정리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논증적 글쓰기를 할 때는 자신의 주장에 합당한 근거를 반드시 설정해야 합니다. 논증 형식, 주장과 근거 중심의 표현에 기초한다는 말입니다. 사례를 통해 논증적 글쓰기의 의미를 알아볼까요?

둘 다 ‘밥을 달라’고 주장합니다. 사례 1은 자신의 상황을 급하게 전달하려다 보니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습니다. 사례 2에는 밥을 달라는 주장도 있고, 점심을 못 먹었다는 근거도 나옵니다. 사례 2처럼 말해야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이것이 논증 형식의 매력입니다. 사례 1처럼 말하면 “왜 아직 점심을 못 먹었니?”라는 반문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근거가 빠지면 상대의 궁금증을 자아내므로 두 번씩 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사례 2처럼 논증 형식을 갖추면 반론의 여지가 줄고 상대를 설득하기에 한결 쉽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2. 신문 읽기로 주장 만들기

신문을 읽다 보면 사회적 쟁점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반값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갈등 상황에 대해 해결책이나 찬반 의견을 내고 싶어지는 거죠. 이런 활동을 반복하면 주장과 근거에 맞춘 논증적 글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을 통해 밝히는 일이 주장인데요,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듯 논술에서도 첫인상에 해당하는 주장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드러내기 위해 어떻게 주장해야 할까요? 간단명료한 주장이 좋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장황하게 펼치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상대방이 알 수 없습니다. 주장은 긴 문장보다 짧은 문장으로, 군더더기 없이 날씬하게 해야 합니다. 동아일보 10월 17일자 A10면의 기사(6·25지원국은 41개국 아닌 60개국)를 읽고 주장을 만들어 보세요.

동아일보 10월 17일자 A10면.
동아일보 10월 17일자 A10면.
6·25전쟁 때 한국을 도운 나라는 당초 알려진 41개국보다 19개국이 많은 60개국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는 국방부 산하 군사편찬연구소가 최근 비밀에서 해제된 6·25전쟁 관련 미국 정부 문서와 유엔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군사편찬연구소는 1950년 전쟁 발발로부터 정전 이후 유엔한국재건단이 존속한 1958년까지 구체적인 지원 시기와 국가, 내용을 구분한 뒤 관련 문건들을 분석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결과 6·25 당시 유엔을 중심으로 한국을 지원한 나라는 참전 16개국, 의료지원팀 파견 5개국, 물자 지원 39개국(전후복구지원 7개국 포함) 등 모두 60개국으로 집계됐다.

당시 국제사회가 93개의 독립국가로 구성돼 있었고, 이 중 유엔 회원국은 60개국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전 세계 국가 가운데 약 65%가 한국을 지원한 셈이라고 군사편찬연구소는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참전 16개국, 의료지원 5개국, 물자지원 20개국 등 41개국이 한국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지난해 민간단체인 월드피스자유연합이 67개국이라고 주장해 정확한 지원국가 수를 놓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서 참전국과 의료지원국 수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물자지원국의 경우 오스트리아와 베트남, 이집트 등 17개국이 새로 추가됐다. 기존에 물자지원국으로 분류됐던 브라질과 볼리비아 등 4개국은 관련 기록이 확인되지 않아 제외됐다.

우리 생각보다 많은 나라가 6·25전쟁에 참전하거나 지원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국가의 약 65%가 한국을 지원한 셈이니 고마운 일로 기억해야겠지요. 이 기사를 읽으면 ‘6·25전쟁에는 전 세계의 상당수 국가가 우리나라를 지원했다’는 주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 주장만 덜렁 내놓으면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국방부 산하 군사편찬연구소가 최근 비밀에서 해제된 6·25전쟁 관련 미국 정부 문서와 유엔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이라는 근거를 달면 주장의 의미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신문 읽기를 통해 주장을 만드는 활동을 꾸준히 하면 어떤 근거를 설정할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고민하게 됩니다. 주장 만들기는 근거 설정의 첫걸음인 셈이죠.

3. 신문 읽기로 근거 설정하기

논술은 기본적으로 자기주장을 강화하는 글쓰기지만,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상대를 설득하는 글쓰기이기도 합니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적절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근거를 잘못 설정하면 제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이 우스꽝스러운 꼴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거는 항상 주장을 생각하며 대야 합니다.

신문에는 ‘사실적 근거’나 ‘소견적 근거’가 자주 등장합니다. 사실적 근거는 개인의 직접 경험, 통계, 실험 결과처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이나 역사적 자료를 말합니다. 소견적 근거는 전문가나 권위 있는 사람의 의견이나 증언, 일반적 여론을 뜻합니다. ‘소견’은 어떤 일이나 사물을 살펴보고 가지게 되는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는데요, 사설이나 칼럼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10월 15일자 A1면 기사(대형 카드사들 수수료 내린다)를 갖고 근거를 설정하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신용카드사들이 금융당국과 중소상인들의 강한 요구에 따라 중소가맹점에 적용하는 요율을 내리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기사를 읽고 ‘중소영세상인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면, ‘중소영세상인들이 카드 수수료 부담으로 생계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다’는 근거를 설정하면 됩니다. 경기악화로 중소영세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경제적 고통을 받지만, 카드 수수료는 예전과 똑같이 책정돼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까요. 이런 근거는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하기에 알맞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비판적 신문 읽기로 내용 파악하기

논증적 글쓰기만큼 중요한 게 비판적 읽기입니다. 논제의 요구에 따라 논증적 글쓰기를 하려면 제시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읽기 능력이 중요합니다. 비판적 읽기는 글쓴이의 생각이나 관점이 신뢰할 만한지, 받아들일 만한지를 판단하며 읽는 방법입니다.

읽기와 쓰기는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논증적 글쓰기를 잘하려면 비판적 읽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기에 가장 좋은 글이 사설이나 칼럼입니다. 사설은 사회적 쟁점에 대한 신문사의 주장을 보여줍니다. 칼럼은 사회적 쟁점에 대한 전문가의 주장을 보여줍니다. 둘 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담습니다. 사설이나 칼럼을 스크랩하고 비판적으로 읽을 때는 다음과 같은 항목에 맞춰 정리하면 좋습니다.<오른쪽 표>

권영부 서울 동북고 교사 NIE한국위원회 부위원장
권영부 서울 동북고 교사 NIE한국위원회 부위원장
비판적 읽기의 항목에 맞춰 정리한 뒤에는 직접 글을 쓸 수 있는 재료를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설이나 칼럼에서 문제 상황을 뽑고 이를 바탕으로 논제를 만든 뒤에 논증적 글쓰기를 하는 겁니다.

여기서 꼭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논증적 글쓰기를 입시 방편으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겁니다. 합리적 의사소통을 위한 통과의례로 생각하고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세요. 합리적 근거 없이 자기주장만 내세우면 사회는 혼란에 빠집니다. 건전하고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논증적 글쓰기는 필요합니다. 논증적 글쓰기를 사회 발전을 위한 핵심 역량이라는 면에서도 생각하기 바랍니다.

권영부 서울 동북고 교사 NIE한국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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