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2.65%vs1.5%… “식당이 봉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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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음식점 사장님… 냉면집 아주머니… 18일 잠실에 10만명 집결… 왜?

‘백화점은 카드수수료가 1.5%인데 왜 우리만 2.65%냐? 음식업주만 봉이냐?’

전국 42만 음식업주들이 뿔났다. 똑같이 카드를 받는데 왜 영세한 음식업주만 2.65%의 높은 카드수수료를 물어야만 하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는 18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잠실동 88서울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를 열고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할 계획이다. 수도권에서 8만5000여 명, 지방에서 1만5000여 명 등 총 10만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외식인 시위로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11월에는 외식업 종사자 3만여 명이 모여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솥단지를 집어던지며 시위를 한 적이 있다.

중앙회는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등으로 외식업계가 위기를 맞으면서 전체 식당 중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이 47.3%나 된다”며 “42만 회원과 300만 종사자의 뜻을 모아 외식업계를 보호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높은 카드수수료…“우리가 봉이냐”

이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신용카드 음식업 가맹점의 수수료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음식업 가맹점이 내는 신용카드 수수료는 평균 2.65% 수준. 백화점 골프장 대형마트 등의 업종이 1.5%의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을 감안하면 생계형 영업이 대부분인 음식점에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는 게 중앙회의 주장이다. 통상 음식업의 매출 대비 순익은 10% 안팎인데 카드수수료를 빼고 나면 7.5%가량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순익의 25% 이상을 카드사가 챙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2010년 5월 현재 일반음식점 개수는 51만5000여 개로 전체 매출은 연 69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신용카드 매출이 49조 원으로 약 70%를 차지한다는 것이 중앙회 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카드수수료를 1.5%로 줄이면 연간 5800억여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는 연봉 1800만 원 기준 3만2000여 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앙회 측은 “법이 카드결제를 선택적으로 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는 강제조항 때문에 현금으로 결제하는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앙회는 “영세 음식업자들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지나치게 카드회사에 유리한 법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 “외국인 고용도 쉽게 해 달라”

국내 근로자의 높은 임금 수준 탓에 상당수 음식점은 중국 조선족을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정책은 음식점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07년 3월 ‘방문취업제’가 도입돼 조선족은 취업비자를 받아 5년간 체류할 수 있지만 2012년부터 순차적으로 30만 명이 출국해야 한다. 출국자 수만큼 입국이 허용되지만 음식점 고용이 가능한 서비스업 종사 할당이 1%도 채 안 돼 합법적인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조선족 입국자의 80% 이상은 제조업 분야에만 취업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중앙회는 “방문취업제 서비스업 할당 비율을 높이지 않으면 음식점의 인력난이 곧 닥쳐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 “물가고에 구인난까지… 시민들에 불편끼쳐 죄송” ▼

“날로 물가는 오르고 특히 음식재료 값은 더욱 급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값을 물가 상승에 맞춰 올릴 수도 없어 식당의 순익은 물론 매출액까지 줄어드는 등 음식업계의 경영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습니다.”

13일 서울 중구 신당2동 한국음식업중앙회 사무실에서 만난 남상만 한국음식업중앙회장(63·사진)은 음식업계의 어려움부터 털어놓았다. 남 회장은 “최근 정부가 해외동포 채용에 대한 규제 강화로 식당의 구인난까지 겹치고 있다”며 “이번에 10만 외식업 종사자가 한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가고에 구인난, 나아가 음식재료를 제때 공급받기가 쉽지 않은 자재난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

남 회장은 18일 점심시간 때 음식점들이 일제히 문을 닫는 데 대해 일각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는 것과 관련해 “이는 외식업 종사자 10만 인 결의대회 참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지, 결코 정부에 대한 어떤 항의나 성토 차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로 인해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남 회장은 음식업계의 현실을 무시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했다. 그는 “해외동포 채용 조건이 매우 열악해 개선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며 “아무리 내국인을 쓰고 싶어도 식당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외국인을 쓰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남 회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 때문에 조선족 없이는 식당을 꾸려갈 수 없는 수많은 외식업 종사자들이 범법자로 전락하고 있다”며 “불법 체류자 단속을 이유로 매일같이 단속하고 당장 생계가 어려운 업주들에게 수백만 원씩 벌금을 물리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덧붙였다.

남 회장은 동아일보와 함께하는 ‘남은 음식 제로 운동’에 대해 “이는 역대 정부가 줄기차게 시도했지만 상명하달 식으로 이뤄져 실패했던 사업”이라며 “우리는 회원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에 10만 업소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앞으로 전체 42만 회원 업소 가운데 25만 곳이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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