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낮을수록 아이 더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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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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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하위 25%’ 비만 9.7%… 상위 25%의 약 두 배
패스트푸드 섭취 영향인듯

김경희(가명·12) 양의 키는 147cm, 몸무게는 61kg이다. 12세 여자아이 평균키(152.7cm)와 몸무게(43.8kg)보다 5cm 작고 17kg이 더 나간다.

아빠, 엄마는 밤늦게 일터에서 돌아온다. 경희는 하루 종일 혼자 지낸다. 뚱뚱한 게 창피해 밖에 나가 놀지 않고 종종 학교도 빠진다. 혼자 밥을 먹다 보니 식사가 불규칙하다. 햄버거와 라면으로 때우는 날도 많다. 피자 한 판을 시켜 두고 세 끼를 먹기도 한다. 배가 고프면 과일 대신 과자를 사 먹는다.

경희처럼 저소득층 가구 청소년의 비만율이 고소득층 청소년의 두 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비만학회가 ‘1998년·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초중고교생(7∼18세) 비만율을 분석한 결과 소득상위 25%의 비만율은 6.6%에서 10년 만에 5.5%로 감소했다. 반면 소득 하위 25%의 비만율은 5%에서 9.7%로 늘었다. 소득이 낮을수록 비만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

영양은 부족하고 열량은 높은 음식을 저소득층 청소년이 섭취하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25%의 하루 섭취 열량은 1998년 하루 2085Cal에서 2008년 2320Cal로 늘었다. 반면 다른 계층에선 하루 에너지 섭취량이 줄어들거나 거의 변화가 없었다. 특히 지방으로 섭취하는 열량의 비율이 높았다. 소득 하위 25% 청소년은 10년간 하루 지방섭취량이 15.4g(1998년 41.5g → 2009년 56.9g) 늘었다. 소득 상위 25% 청소년은 8.1g이 늘어났다. 저소득층일수록 햄버거 라면 피자처럼 지방함량이 높고 값싼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자주 먹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린이 비만의 68%는 성인비만으로 이어지고, 비만 어린이의 37.5%에서 당뇨병과 고혈압 등 성인병이 생긴다는 점이다.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1조7293억 원으로 추산된다. 오상우 대만비만학회 이사(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청소년의 비만을 방치할 경우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커진다. 영양식단을 정책적으로 보급하고 운동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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