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선제 폐지 바람]간선제로 바꾼 사립대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연줄보다 비전”… 외부수혈 새바람

“총장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꾼 장점요? 다 열거할 수도 없습니다.”

최근 국공립대학들이 총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꾸기로 한 가운데 과거 직선제였다가 간선제로 총장 선출제도를 바꾼 사립대들이 간선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대는 2006년 제16대 총장 선거부터 기존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꿨다. 이로 인해 선거 때마다 각종 시비와 끊이지 않던 잡음이 사라졌다. 동국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교수가 직접 총장을 뽑을 때는 후보 교수가 다른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굽실거리거나 보직을 약속하는 등 대학 발전에 대한 논의보다 선거 전략 짜기에 바빴다”고 말했다. 당시 동국대는 외부 인사인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이사회 만장일치로 총장에 선출했다.

올해 2월 퇴임한 오 전 총장은 재임 중 △국내 대학 최초 강의평가 100% 공개 △상시입학정원관리시스템 도입 △고객만족(CS) 경영시스템 도입 등을 단행해 대학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단과대별 자율성과 단과대학장 권한을 강화하고 경기 고양시 일산 바이오메디융합캠퍼스 조성 및 약학대학을 신설했다. 2009년에는 발전기금 모금액 213억 원을 달성해 개교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2008∼2010년 3년 연속 100억 원이 넘는 발전기금을 기부받아 재정 확충에 크게 기여했다. 비전보다 당선이 목적인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에게서는 보기 힘든 실적이라는 평가다.

서강대는 2005년 개교 45년 만에 예수회 소속 신부 출신이 아닌 일반 총장을 간선제로 선출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직선제 때는 교수가 대학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교수 학생 교직원 법인 등 모든 구성원이 주체가 돼 의견을 내고 그 결과가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는 2005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임 총장 3명이 연속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할 만큼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2005년 임명된 외부인사인 손병두 총장이 재임 기간 재계 인맥을 활용해 후원금 모집에 나서 학교 건물 시설 등 외적인 인프라를 확충했고, 2009년 선출된 이종욱 총장이 ‘특별한 서강, VISION 2035’를 선포하며 전인교육 강화와 함께 산학체제 구축, 교수역량 증진 및 교육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서강대 관계자는 “간선제로 바뀌면서 후보의 비전을 보고 투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외부 수혈이 불가능한 직선제보다 유능한 사람을 얼마든지 선출할 수 있는 간선제가 대학에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내년 2월 취임할 제17대 총장을 처음으로 간선제로 뽑는다. 총장 후보 등록에만 이례적으로 19명의 이름이 오르며 현재 검증절차를 밟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직선제 때는 인맥 좋은 교수가 유리했지만 이제는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인사가 뽑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