郭측 회계책임자 잠적… 대가성 부인하며 꼬리 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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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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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곽노현 단일화 뒷거래 수사 고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자 매수 의혹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달 초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한 달간의 수사를 통해 곽 교육감이 후보 단일화를 대가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구속)에게 2억 원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할 상당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곽 교육감 측은 “돈을 건넨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가 아닌 순수한 지원 성격의 돈”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검찰은 앞으로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 돈 전달 과정 속속 드러나


올해 2∼4월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건넸다는 사실은 검찰에서 밝혀졌지만 곽 교육감도 이를 인정했다.

검찰은 돈을 전달한 과정을 대부분 확인했다. 곽 교육감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측근인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에게 돈 전달을 맡겼고 강 교수는 2억 원을 박 교수의 동생에게 전달했다.

돈의 성격 역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곽 교육감에게서 2억 원을 받은 박 교수는 이 돈이 후보 사퇴 대가라고 진술했다. 중간에서 돈을 전달한 강 교수도 이 돈이 후보 사퇴에 따른 대가임을 시인하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또 검찰은 최근 일주일간 박 교수 형제를 비롯해 곽 교육감 측의 강 교수, 곽 교육감의 부인 등 주요 관련자들을 줄줄이 소환조사해 건네진 돈의 대가 관계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상당수 확보했다.

○ 곽노현 꼬리 잘라 대가 관계 부인 전략

곽 교육감과 그를 지지하고 있는 진보진영, 야권은 여전히 돈의 대가 관계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곽 교육감 측은 △박 교수가 먼저 10억 원을 요구해 거절했으며 △그 때문에 단일화 협상이 흔들렸고 △곽 교육감은 지난해 10월까지 돈에 관해 몰랐으며 △박 교수에게 준 2억 원은 후보 사퇴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곽 교육감 측은 설령 이번 사건으로 구속되더라도 법정에서 끝까지 돈의 성격을 놓고 다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곽 교육감이 유죄가 확정돼 선거 이후 보전 받았던 선거비 35억2000만 원을 다시 내놔야 할 상황이 올 경우 진보진영에서 이 돈을 대겠다고 했다는 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진보 인사로 지난해 후보 단일화를 중재했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곽노현 교육감에 관한 생각’이란 제목의 글에서도 같은 맥락이 엿보인다. 백 교수는 “후보 단일화 과정 당시 곽노현, 박명기 두 당사자 사이에 어떤 금전거래나 금전거래 약속도 없었음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곽 교육감 측 선대본부의 회계책임을 맡으면서 단일화 협상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모 씨가 검찰 수사에 불응하면서 잠적한 것도 곽 교육감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꼬리 자르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설령 관련자들이 돈의 대가 관계를 시인하더라도 곽 교육감 자신은 몰랐다는 식으로 ‘꼬리 자르기’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 씨의 잠적이 곽 교육감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공직선거법 265조에 따르면 회계책임자인 이 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후보자였던 곽 교육감의 당선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 돈의 대가 관계 규명이 핵심 과제

앞으로 검찰 수사는 곽 교육감 측의 대가성 부인 전략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관건이다. 곽 교육감 측의 부인에도 검찰은 곽 교육감의 후보 매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자신이 있다는 분위기다. 곽 교육감 측의 주장대로 ‘선의’로 2억 원을 준 것인지, 후보 사퇴 대가로 준 뒷돈인지는 이제 검찰이 그동안 확보한 증거가 얼마나 충분한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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