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나의 NIE]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리더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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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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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과 신문, 역사공부 최고 텍스트

역사를 전공하는 내게 중요한 텍스트를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조선왕조실록과 신문을 들겠다. 실록을 읽으면서, 어쩌면 그렇게 수백 년 전의 일과 지금 상황이 흡사한지 놀라곤 한다. 신문기사를 읽다가도 ‘세종대왕이라면 이런 일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하고 실록을 찾아보곤 한다. 물론 실록이 지나간 시기의 역사기록이라면 신문은 현재 진행 중인 역사의 기록이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첫째, 획일화되지 않는 관점의 공존이다. 다수가 기록에 참여한 만큼 실록과 신문에는 다양한 목소리와 이질적인 생각이 담겨 있다. 실록과 신문 읽는 재미는 거기에서 나온다.

둘째,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있는 사실을 빼거나 줄일 수는 있지만 없는 사실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말처럼, 제대로 된 사관(史官)과 기자는 어디까지나 사실 기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점이 소설과 다른 역사기록만의 역동성을 낳는다.

셋째, 역사의 우연성과 열린 구조다. 그날그날의 사건과 대화를 충실히 기록하는 실록과 신문의 연대기적 특성 때문에 사건의 결과는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려진다. 좋은 의도로 내린 결정이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자주 나타난다. 그 때문에 더욱 깊어지는 정책결정자의 고뇌와 선택, 그리고 좋은 결과를 성취하기 위한 리더들의 노력과 열정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들 텍스트를 읽는 기쁨이다. 역사를 그저 승자의 기록이라 치부해 버리기에는 실록과 신문이 아주 풍부하고 고귀한 정치적 임상실험 결과들을 담고 있다.

실록과 신문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성과는 아마도 역사의식일 것이다. 몇 년 전 학생들에게 일정 기간 신문을 읽은 후 소감을 적어내게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적어낸 것은 그 기간에 등장한 숱한 인물들의 명멸(明滅)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거머쥔 듯 이것저것 시도하다 임기 말년에 힘들어하는 권세가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잊고 있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한 등불을 켜 놓은 몇몇 종교인이나 문학가에 대한 찬사도 있었다.

결국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것을 넘어 장구하게 흐르는 역사 물결의 존재를 느끼는 역사의식을 NIE를 통해 체험한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역사는 기록한 자의 손에 들려 있으며 해석하는 자의 입김을 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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