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790도로 12시간 구운 황토소금 맛보세요”

  • Array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상태씨 13년째 소금 연구
장성 고향마을서 양산 나서

궁중에서 내려오던 전통 황토소금 재현에 13년 동안 몸담아온 전남 장성군 북하면 소금명인 김상태 씨가 가마에서 황토소금을 굽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궁중에서 내려오던 전통 황토소금 재현에 13년 동안 몸담아온 전남 장성군 북하면 소금명인 김상태 씨가 가마에서 황토소금을 굽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프랑스 게랑드 소금을 뛰어넘는 세계적 명품 소금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사 부근 고향마을에서 13년째 ‘황토소금’을 굽고 있는 김상태 씨(51)의 꿈은 소박하지만 옹골지다. 광주에서 유통업을 하다 귀농한 김 씨는 1998년 우연히 “조선시대 궁중 전의(典醫)들이 황토용기에 구운 소금으로 음식을 만들어 수라상에 올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토소금 재현에 뛰어들었다.

김 씨는 수백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수분이 전혀 없고 입자가 고온에 부서져 손으로 만지면 알갱이 입자가 쉽게 부스러지는 특성을 지닌 황토소금을 탄생시켰다. 자극적인 쓴맛보다는 부드러운 단맛에 가까운 뒷맛이 남는다. 황토소금을 탄생시킨 비결은 불기운이 부족해 제대로 구워지지 않거나 지나치게 강해 소금결정이 녹아버리는 상태의 중간점을 찾아낸 데 있다. 비밀의 온도는 섭씨 790도. 전남 함평산 황토로 초벌구이한 황토용기에 1년간 간수를 뺀 서해 천일염을 담아 12시간 구워내면 황토의 미네랄 성분을 빨아들인 황토소금이 탄생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의 측정 결과 이 소금은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 함량이 해외산은 물론이고 일반 천일염보다 3배가량 높고 알칼리성(pH 9.39)으로 나타났다.

황토소금 재현에 어려움을 겪던 김 씨는 아이로니컬하게도 2002년 ‘다이옥신소금 파동’으로 용기를 얻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시판 중인 가열처리 소금제품 대부분에서 발암물질 다이옥신이 다량 검출됐다”고 발표해 가공소금류가 된서리를 맞았다. 하지만 김 씨는 “소금을 가열하면 300도 부근에서 다이옥신이 형성되고, 800도 이상 고온처리하면 다이옥신 잔류량이 현저하게 감소하기 때문에 철저한 온도관리가 필요하다”는 식약청의 발표를 주목해 이를 제품 생산에 활용했다. 현재는 황토가마 4기에 하루 2.4t의 양산체제를 갖추고 마늘 뽕잎 오디 등 기능성 소금과 된장 멸치발효액 등 2차 가공식품까지 생산하는 농업회사법인 체제를 갖췄다.

그는 “게랑드 소금 값이 kg당 최고 4만 원 선인 반면에 국산 천일염은 그 100분의 1 수준”이라며 “우리 민족만이 소금을 구워 먹는 지혜를 갖고 있는 만큼 언젠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061-392-4478

김권 기자 goqu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