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키 작은 간월산 억새, 베어내면 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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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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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육 부진 고심하던 울주군
‘1200m² 시험 벌초’ 고육책

울산 울주군 간월산 억새평원. 최근 울주군이 억새의 생육 상태를 실험하기 위해 평원 중간의 억새를 베어냈다. 경상일보 제공
울산 울주군 간월산 억새평원. 최근 울주군이 억새의 생육 상태를 실험하기 위해 평원 중간의 억새를 베어냈다. 경상일보 제공
“어! 억새를 왜 베어냈지?”

최근 울산 간월산 억새평원을 찾은 이모 씨(43) 일행은 깜짝 놀랐다. 억새평원 3곳에 사각형 모형으로 억새가 베어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등산객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이 베어져 흉한 모습이었다. 해발 1000m 이상인 산 7개가 울산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영남알프스’의 한 봉우리인 간월산(해발 1069m) 억새평원은 8분 능선에 펼쳐져 있어 가을이면 은색 물결로 장관을 이루는 곳. 광활한 억새평원을 보기 위해 전국의 등산객이 몰려드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억새가 부분적으로 베어진 이유는 억새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 울산 울주군은 3억 원을 들여 19일부터 ‘억새 군락지 보존사업’을 약 한 달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잡목 제거(2000m²·약 605평)와 비료 살포(2만 m²·약 6056평), 억새 식재(1만 포기) 등과 함께 억새평원 1200m²(약 363평)에서 억새 베기가 이뤄진 것이다.

이는 지난해 울주군의회 행정사무감사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시 울주군의원들은 “일반적으로 억새는 사람 키만큼 자라는데 간월재 억새는 1m 남짓으로 생육이 부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 사업이 구상됐다. 억새밭을 태워 생육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며 억새를 베어낸 것. 울주군 관계자는 “이번에 억새를 베어낸 3곳은 억새평원에서 생육이 가장 불량한 곳으로 억새 베기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시범적으로 베어냈다”고 말했다. 효과가 확인되면 내년에 억새평원 전체를 베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간월재 억새의 생육이 부진한 것은 강한 바람과 낮은 기온 등 고지대 환경에 억새 스스로 적응한 결과라는 반론도 만만찮아 울주군의 ‘실험’이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등산객 이 씨는 “억새의 생육 상태를 실험하기 위해서라면 등산객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을 골라 하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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