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 “끝이 어디냐”

  • Array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첫 입찰가서 5일만에 2872억 올라 7327억원… SKT-KT, 오늘 재대결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쪽이 먼저 그만둬야 할 텐데….”

17일 시작된 국내 첫 주파수 경매가 경매 5일째인 23일에도 계속 경매가를 올려가며 끝을 맺지 못했다. SK텔레콤과 KT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1.8GHz(기가헤르츠) 대역의 경매 탓이다. 두 회사 어느 쪽에 물어도 답은 똑같았다. 값이 올라가는 건 부담스럽지만 상대가 먼저 포기하기만을 바랐다. 절벽을 향해 차를 몰면서 살기 위해 먼저 핸들을 돌리는 쪽이 지는 이른바 ‘치킨 게임(겁쟁이 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최종 제시된 1.8GHz 주파수 대역의 입찰가격은 7327억 원. 경매 시작 때 제시된 최초 입찰가 4455억 원보다 2872억 원이 올랐다. LG유플러스는 경매 첫날 단독 입찰을 통해 4455억 원에 2.1GHz 대역을 낙찰받았다.

○ 첫 주파수 경매의 빛과 그늘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처음 주파수 경매 제도를 도입했다. 이전에는 사업자로부터 주파수 사용에 대한 신청을 받은 뒤 정부에서 가격을 정해 주파수를 임대해줬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이동통신망을 통한 무선인터넷 사용량이 급증하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이 방식에 만족하지 못했다. 추가 주파수 대역이 있어야 스마트폰 경쟁에서 앞설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심사해서 한쪽에 주는 방식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특히 공공재인 주파수를 정부가 기업에 너무 낮은 가격으로 나눠준다는 비판도 나왔다. 통신사들은 매년 수조 원의 마케팅 비용을 써가며 소모적 경쟁을 벌이는데 이들에게 주파수를 싸게 빌려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매제도가 도입됐다. 통신사들이 군말하지 못하도록 가격으로 입찰 경쟁을 붙이고, 이를 통해 정부가 최대한 많은 금액을 회수해 공공성도 높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대신에 몇 가지 조건이 붙었다. 첫째는 최저입찰가 제한이다. 통신사들끼리 ‘담합’해 기존에 정부가 정한 적정가격보다 경매가격을 낮추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다. 실제로 경매가 벌어지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는 이런 담합을 막기 위해 통신사 측 경매 참가자들의 휴대전화 사용도 인증을 거친 1대만 허용한다. 또 경쟁사 직원들끼리 경매 도중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신호를 주고받는 것도 차단된다.

둘째는 입찰 자격 제한이다. 경매 참여자가 많아지면 경매 과정이 과열되고, 경매 낙찰가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경매 비용이 통신요금에 반영될 수 있다. 방통위는 이번 첫 주파수 경매에서 800MHz(메가헤르츠), 1.8GHz, 2.1GHz 등 3개 대역을 입찰 대상으로 내놓았지만 2.1GHz 대역에는 1, 2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가 입찰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를 고려한 조치였다.

○ 경매가격 어디까지 오를까

KT는 이번 경매에 나온 1.8GHz 대역에 대해 “가치 있는 주파수라 적정가치까지 계속 경매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도 “꼭 주파수를 확보하겠다”는 태도다.

절실함은 KT가 앞선다. KT는 1.8GHz 대역 주파수를 추가로 확보하면 이미 갖고 있던 2세대(2G) 통신망용 1.8GHz 주파수에 더해 총 40MHz 폭의 대역을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4G 통신서비스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에서 경쟁사보다 2배 빠른 통신 서비스를 할 수 있다. LTE의 기술적 특성상 연속대역을 갖고 있으면 통신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SK텔레콤은 기존에 갖고 있는 주파수 대역이 모두 이번에 경매에 나온 1.8GHz 대역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하지만 4G 서비스를 앞둔 상황에서 경쟁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가 공세적으로 마케팅을 벌이면 이를 방어하는 비용만 수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KT가 애플의 ‘아이폰’을 들여오면서 공세를 펼치자 SK텔레콤은 이를 방어하는 비용으로만 약 3000억 원을 썼다.

하지만 경매가격이 7000억 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KT와 SK텔레콤의 고민도 깊어졌다. 지나친 경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면 주파수 확보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