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늘려 재정 메우려는 대학 칼댄다

  • Array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외국인유학생 관리 인증제’ 교과부 올 하반기 도입
문제대학 구조조정에 반영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A+ 학점을 준 공주대 등이 지난해 교과부 종합감사에서 적발됐음을 다룬 본보 7월 5일자 A12면 기사.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A+ 학점을 준 공주대 등이 지난해 교과부 종합감사에서 적발됐음을 다룬 본보 7월 5일자 A12면 기사.
지난해 공주대는 국내에 없는 외국인 유학생을 출석한 것으로 처리하고 A+의 학점을 줬다. A대에서는 최근 2년간 유치한 외국인 유학생의 50%가 중도에 관뒀다. 이런 사실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종합감사와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교과부는 일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일단 유치한 뒤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칼을 꺼내들었다. 교과부는 15일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역량 인증제’를 올 하반기 도입하고, 하위 15% 부실 대학을 중점 선별하겠다고 밝혔다. 부실 대학이 재정을 충원하는 수단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을 차단하고 구조조정과 연계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장려해온 교과부의 기존 방침과 정반대다. 정부는 2004년 ‘외국인 유학생을 2012년까지 10만 명 유치한다’는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를 세웠다. 국제화로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고 출산율 감소에 따른 미충원 현상을 해소하며 유학 수지 적자를 개선한다는 취지였다.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04년 1만6832명, 2005년 2만2526명에서 지난해 8만7480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일부 대학이 정원 미달을 채우는 수단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무분별하게 유치한 탓에 부작용이 나타났다. 지난해 처음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외국인 유학생(전문대) 중도탈락률은 내국인(7.0%)의 두 배 가까운 13.2%였다.

전북 우석대는 중국 유학생에게는 40%를 깎아주는 등 국적에 따라 학비를 30∼50% 감면했다. 청주대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학점이 2.0을 넘으면 등록금을 절반만 내게 했다. 이렇게 하면서까지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은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한 ‘등록금 장사’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교과부가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간 18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모든 대학이 △제적 대상을 진급·졸업시키고 △입국하지도 않은 유학생을 출석 처리하거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성적이 기준 미달인 학생을 선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증제 조치는 이때 예고했다.

교과부는 4년제 대학 및 전문대를 대상으로 9월 인증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교원과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인증위원회가 대학을 평가한다. 1단계로 교육여건을 서면평가하고, 2단계로 현장실사를 벌인다. 인증 평가를 신청하지 않는 부실 대학에 대해서는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 실태조사를 벌인다.

인증을 받은 대학은 외국 정부나 국내 관련 기관이 요청할 경우 명단을 공개한다. 또 외국인 유학생 장학금 사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준다. 인증 유효기간은 1∼3년. 단 1년에 한두 차례 모니터링을 실시해 기준에 미달하면 인증에서 제외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부실 대학의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한국 유학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진다”며 “재정을 확보하려는 부실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한다면 이를 사전에 막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