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태종 황금갑옷 칠하던 황칠나무… 천연성분 신약으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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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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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천연자원연구원 특허 신청

전남 장흥군 한 농가에서 조림한 15년 이상 된 황칠나무 군락. 전남도 천연자원연구원 제공
전남 장흥군 한 농가에서 조림한 15년 이상 된 황칠나무 군락. 전남도 천연자원연구원 제공
‘당나라 태종(이세민)이 백제 의자왕에게 사신을 보내 의전용 갑옷 산문갑에 입힐 금칠(황칠)을 요청했다.’ 중국 북송시대 편찬된 ‘책부원구(冊府元龜)’라는 책에 실린 내용이다. 황칠은 국내산 황칠나무(두릅나무과)에서 채취한 수액을 칠한 것으로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전설의 도료’라고 부른다. 김선오 전남도 천연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제가 황칠나무를 일본으로 가져가 심었으나 황칠이나 신약성분 B가 추출되지 않았다”며 “한국 토양과 기후에서만 특유의 황칠이나 B성분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전설의 도료

4일 전남도 산림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자생하는 황칠나무 100그루 중 3그루 정도만 경제적 가치를 지닌 황칠을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갑옷에 황칠을 하려면 얼마나 많은 황칠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해야 할까. 황칠 전문가인 정병석 광주시교육청 교육국장은 “의전용 갑옷을 칠하려면 황칠 1L 정도가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 갑옷을 얻기 위해서는 황칠나무 1만 그루에서 황칠을 채취해야 하는 셈이다. 조림하는 황칠나무에서 화학약품을 써 황칠을 추출할 경우 채취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 현재 황칠 1L는 2000만 원을 호가한다.

정 국장은 “황칠은 투명 도료로 코팅기능이 있는 데다 마음에 평안을 주는 향기(안식향)를 뿜어낸다”고 설명했다.

○ 신약 재료로 각광

지난해 전남지역 황칠나무 서식 면적은 1168ha(약 353만 평)로 전국 서식면적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천연림 면적은 870ha(약 263만 평)지만 군데군데 자생한 탓에 22만1000그루가 자란다. 황칠나무 군락은 전남 완도·신안·해남·고흥군 등 바닷가 성황당 주변에만 남아있다. 반면 조림 면적은 298ha(약 90만 평)로 황칠나무 54만4000그루가 자라고 있다. 10여 년 전에는 황칠나무가 조경수 용도로 조림됐지만 4, 5년 전부터는 차나 비누 등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전남도 천연자원연구원은 최근 황칠나무 추출물을 체중 60kg인 성인이 하루에 120g 먹어도 안전하다는 국가공인시험인증을 획득했다. 이동욱 천연자원연구원장은 “황칠나무는 삼국시대 최고급 천연 약재로 왕실에서 건강식품으로 사용됐다”며 “인삼 및 가시오갈피 같은 파낙스 계열 상록활엽수로 나무인삼으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자원연구원은 황칠나무 성분에서 확인한 천연물 신약성분을 특허등록이 끝나는 대로 그 효능을 공개할 방침이다.

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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