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산사태 부르는 ‘절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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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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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 확보않고 산비탈 개발… 전국 산림 5.4% ‘위험’

2006년 일본 사이타마 현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방수로 내부. 국립방재연구소 제공
27일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서울 우면산 지역이 이미 14년 전부터 산사태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과)가 1997년 작성한 ‘서울 일원의 산사태 위험 연구’에 따르면 이 교수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구기동, 금천구 시흥동, 도봉구 도봉동 등 4개 동을 경사면이 극히 불안해 개발해서는 안 되는 4등급으로 분류했다. 4등급은 풍화토 및 암반의 지면경사가 60도 또는 붕적토(풍화된 물질이 퇴적된 토양)의 지면경사가 30∼60도로 식생이 없으며 사면이 매우 불안정한 지역을 말한다. 서초구 우면동 내곡동, 관악구 남현동, 성북구 돈암동 등은 개발부적합 지역인 3등급으로 분류했다. 3등급은 지면경사 30∼60도, 붕적토 경사 15∼30도로 역시 사면이 불안정하다. 이는 △산사태가 대부분 30∼35도 사면에서 집중되는 점 △산 중턱 아래 지역은 산상부로부터 위험이 가중된다는 점 등을 반영한 컴퓨터 ‘베이스 맵’ 지형분석·시뮬레이션 결과다. 이 교수는 전체 등급을 1∼4등급으로 분류했으며 4등급이 가장 위험한 상태다.

이번 산사태의 시작점인 우면산 산꼭대기 부근도 경사가 30∼35도다. 또 우면산은 주로 화강암 지대로 이뤄진 강북지역과 달리 편마암 지대로 이뤄졌다. 편마암 지형은 풍화가 심하고 단층이 많아 산사태에 취약한 지형이다.

이 교수는 “서울 일원 산지에서 토지 이용 극대화를 위해 높은 산 깎기와 옹벽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안전거리를 지킬 여유 토지가 부족해 많은 기존 가옥이 위험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국적으로 위험 경사면이 약 100만 개나 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산사태 위험지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관리주체가 여러 곳으로 흩어진 데다 전담 공무원도 없어 실태 파악이 어렵다는 것. 주거지 인근 산사태 위험지역은 소방방재청이, 도로변 산사태 위험지역은 국토해양부가 각각 관리한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은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보고한 내용만 취합할 뿐이다.

현재 소방방재청이 관리하는 급경사지는 전국 1만3027개(2011년 2월 일제조사 기준). 서울의 경우 222개에 달한다. 하지만 일선 시군구 담당자들이 의례적으로 보고하거나 전년도 수치를 그대로 옮겨놓은 경우가 많아 방재청 역시 그 정확도를 믿기 힘든 실정이다. 미국지질조사소((USGS)가 산사태재해프로그램(LHP)을 실시하는 것을 비롯해 종합대책을 세워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외국의 경우와 대조적이다.

한편 산림청에서 제공하는 산사태 경보 시스템인 ‘산사태위험지관리시스템’상에서도 전국적으로 산사태 위험이 높은 ‘1등급’ 지역이 전체 산림의 5.4%인 29만3600ha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관계자는 “국내 지형이 대부분 마사토로 이뤄져 전반적으로 산사태 위험이 높지만 그중에서도 1등급 지역은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7일 대형 재해가 발생한 서울 서초구와 강원 춘천시 신북읍 일대는 경사도와 산림 상태, 토양 깊이 등을 종합 분석했을 때 두 곳 모두 1등급 산사태 위험지에 포함돼 있어 그동안 관리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산림청과 산림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산사태 위험지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19.9%)이며 이어 광주(13.2%), 울산(12.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1등급 산사태 위험지 비율이 전체 산림의 0.9%에 불과할 정도로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곳이었지만 이번 집중호우에 거의 유일하게 위험지에 포함돼 있던 우면산이 피해를 보았다.

국립산림과학원 이창우 박사는 “해당 시스템이 7가지 산사태 인자를 종합해 만든 위험도 평가인 만큼 1등급 지역에 대한 산사태 관리가 더욱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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