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허용후 ‘온건노조’ 설립 붐… 신설 조합 21%가 조합원 과반 확보

  • Array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투쟁→실리’ 노조 권력이동 시작됐다


올해 7월 복수노조 허용 이후 새로 설립한 노조 5곳 가운데 1곳은 기존 노조를 제치고 노조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일까지 복수노조가 설립된 167곳 중 조합원 과반수를 확보한 노조는 35곳으로 전체의 2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법에 따르면 과반수 노조가 교섭권을 갖도록 돼 있어 새 노조가 기존 노조를 제치고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 복수노조 내년까지 최대 650곳으로 늘 듯

14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10일까지 신설된 과반수 노조 35곳 중 기존 노조의 상급단체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었던 노조는 21곳,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었던 노조는 10곳이었다.

4곳은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독립노조였다. 신설 노조는 아직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기존 노조의 운영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다른 상급단체를 선택하거나 독립노조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연구원이 기업별 신설 노조 수요를 파악한 결과 내년까지 복수노조가 최대 650개가량 생길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단체교섭에 참여하기 위해 협상 시즌을 앞둔 올해 7, 8월과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설립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3년 이내에 복수노조를 설립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도 전체 1500개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 조사 결과 신설노조 중 과반수 노조가 될 가능성이 큰 곳은 16% 수준. 내년에만 100개 안팎의 과반수 노조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수노조가 활성화된 이후 노동단체 간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산업별 임금협상 등에서 비교 우위를 보이는 상급단체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신규 복수노조가 조직력과 협상력이 없는 제3노총인 가칭 ‘국민노총’을 선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 노동계 판도 변화 가능성

과반수 노조가 기존 상급단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 어느 곳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노동계 질서에도 큰 판도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노동연구원은 노총 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급진 노동운동이 서서히 힘을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연구원 실태 조사에서도 복수노조가 설립될 경우 신규 노조 성향이 기존 노조보다 협력적일 것(57.5%)으로 본 사업장이 투쟁적일 것(42.5%)으로 본 사업장보다 많았다. 이 연구위원은 “복수노조 시행 결과 기존 노조보다 (회사에) 협력적인 성향의 노조가 많이 나타나고 조합원 복지 등 실리를 챙기는 곳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일본의 사례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처럼 개별 사업장 위주의 일반 노조 형태로 이뤄져 있던 일본은 1955∼65년 복수노조가 활발하게 결성되면서 좌파 성향의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가 쥐고 있던 주도권이 우파 성향의 노조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노동조합은 그동안 독점적으로 행사하던 ‘노동 권력’에 집착하는 대신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진화해 나갈 단계”라고 말했다.

또 기업 내부의 노조 간 경쟁으로 합리적인 노동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되레 선명성 경쟁으로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연구위원은 “복수노조 간 경쟁과 주도권 다툼이 가장 첨예한 곳은 중소사업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기업 사업장은 복수노조 간 타협을 통해 공동 교섭대표단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