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국기업 짐싸라” 배짱… 中기업 키우려 견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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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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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에도 이전 요구… 유럽기업 43% “차별 받아”


중국이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외국 기업을 냉대하고 있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천명 이후 ‘초국민 대우’를 내세우며 외자 유치에 나섰지만 이제 외국 기업에 “나갈 테면 나가라”며 등을 떠밀고 있다. 의도적으로 ‘외국 기업 때리기’에 나서는가 하면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외국 기업을 오지로 추방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한국의 금호타이어가 중국 난징(南京)에 공장을 세운 1996년만 해도 난징 시는 외국 기업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금호타이어는 세제 혜택, 공장용지 매입 시 가격 절충, 변전소 같은 부대시설 구축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난징 시는 친환경 정책을 들어 금호타이어 같은 중화학업체의 공장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난징 시는 5일 금호타이어와 다른 외국 기업 등 관내 173개 회사를 ‘3고2저(3高2低·고오염, 고에너지소비, 고온실가스배출, 저효율, 저생산)’ 기업으로 묶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생산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본보 6일자 A10면 참조
A10면 中 난징의 변심 “금호타이어 공장 나가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5월 26일자 보도를 통해 외국계 기업이 중국시장에 진출할 경우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주장하는 유럽 기업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 “불량 타이어” 과장해 한국기업 ‘여론재판’ ▼

주중 유럽상공회의소가 598개 중국 진출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43%가 ‘중국에서 사업을 할 때 외국계 기업이라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답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중국의 산업 육성 정책이 환경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뀐 데다 안정된 경제력과 막강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 잘나가는 외국 기업은 견제


중국 내 타이어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시장을 점유하는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는 최근 ‘불량 타이어를 만드는 회사’로 ‘여론재판’에 회부됐다. 중국중앙(CC)TV가 4월 금호타이어를 ‘잔량 고무로 타이어 만드는 회사’라고 보도한 데 이어 6월에는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한국타이어의 중대형 트럭과 버스용 타이어의 안전성을 문제삼는 문서를 해당 국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금호타이어는 “잔량 고무 배합비율 등 우리가 내세운 세부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점은 있었지만 중국 품질당국의 규정은 지켰고 제품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뭇매를 맞았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금호타이어는 완성차 제조사 납품용 타이어 시장점유율 20%, 한국타이어는 소매판매용 타이어 시장점유율 20%로 각 분야에서 1위를 달리는 회사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유통업체들도 홍역을 치렀다. 매일유업은 최근 한 달간 중국 언론으로부터 ‘한국 유제품=포르말린 유제품’이라는 누명을 쓰고 집중포화를 맞았다. 사건의 발단은 매일유업을 비롯한 국내 유제품 제조업체의 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는 국내 뉴스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사 결과 인체에 무해한 극미량인 것으로 나타나 며칠 만에 해프닝으로 마감됐지만 중국에서는 여파가 오래갔다. 매일유업 측은 “해당 기간 무려 450건의 기사가 쏟아졌다”고 밝혔다. 매일유업은 8개 성, 32개 시에서 15∼30일간 판매금지 조치를 당했다.

○ 중국 외자유치 정책 변화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외친 이후 ‘초국민 대우’라는 혜택을 내걸고 각종 세금 우대 혜택을 제공하면서 외국 자본과 기술을 본격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으로 중국에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간 평균 9.8%의 고도성장을 이루는 원동력이 됐다. 1991년 43억 달러에 불과하던 FDI는 지난해 말 현재 1057억 달러로 23배 이상 늘었다. 2009년 중국에 있는 외국기업의 수출액은 6722억 달러로 전체 중국 수출의 56%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0.7%포인트 늘었다. 중국의 무역 흑자 중 외국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65%에서 지난해에는 67%로 높아졌다.

중국에 대한 외국기업의 투자는 매년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나 건당 투자액이 커지고 있을 뿐 매년 투자 건수는 20% 이상씩 줄어들고 있다. 이는 중국의 투자 유치 정책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중국이 성장전략을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친환경 고부가 산업으로 투자 항목을 선별하면서 과거처럼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비교적 적은 액수의 임가공 제조업이나 투자는 설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가진 외국 기업들의 국내 유치에는 적극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의 중국 내 투자를 승인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문제를 우리 식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을 통해 여론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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