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동아일보가 배출한 예술인들의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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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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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음악콩쿠르·동아연극상 출신 예술인들의 나눔활동이 활발하다. 이들의 무대는 희망을 나누는 장. 작은 무대도 마다하지 않고 최상의 연주로 다가서는 이들에게서는 연주인들의 열정이 묻어났다.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중 가장 많은 나눔공연을 펼치는 서울시극단 배우들도 열악한 무대를 아랑곳하지 않고 장애인들과 연극의 기쁨을 나눴다. 》
○ 아이들 꿈 키워준 목관 5중주

‘몰토윈드앙상블’ 김낙구 교수(오른쪽)가 23일 성미산마을극장 무대에서 사회자의 해설에 맞춰 클라리넷 연주를 하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몰토윈드앙상블’ 김낙구 교수(오른쪽)가 23일 성미산마을극장 무대에서 사회자의 해설에 맞춰 클라리넷 연주를 하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여러분, 몰토(Molto·‘대단한’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가 무슨 뜻일까요.”

“몰아붙이는 토요일이요.”

한 초등학생의 익살스러운 대답에 소극장 음악회는 웃음을 가득 안고 시작했다. 23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의 ‘몰토윈드앙상블’ 목관 5중주 여행은 어린이 관객들의 웃음과 호응 속에 펼쳐졌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이어 ‘목관 가족 이야기’ 연주가 끝나고 플루트 클라리넷 오보에 바순 호른 등 평소 접하기 힘든 관악기 체험시간이 마련됐다. 한 어린이가 길고 중저음의 소리를 내는 악기인 ‘바순’ 이름을 맞히자 관객들은 기특하다는 듯 너나 할 것 없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날 공연은 마포지역복지네트워크를 대표하는 성미산마을극장과 동아일보가 손잡은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청소년 예술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렸다. 마포희망나눔 등 지역 복지기관들의 관심과 동아음악콩쿠르 출신 정상급 연주자들의 정성이 모인 나눔의 장이었다. 동아음악콩쿠르 클라리넷 금상(29회·1989년) 출신으로 앙상블을 이끈 김낙구 교수(서경대 음악학부)의 열정도 돋보였다. 5년여 전 갑작스러운 안면장애로 연주자의 인생을 포기할 상황에 이른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병을 극복하고 예술가로서 새 삶을 살고 있다. 김 교수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년 전 찾아온 신장암이 김 교수의 연주 인생을 또 붙잡은 것. 이 병마도 이겨낸 그는 “제2의 인생을 사는 만큼 이제는 무대와 관객을 가리지 않고 어디든 기쁜 마음으로 찾아가서 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화를 배경으로 한 ‘사자와 생쥐’ 연주는 목관악기의 섬세한 선율로 이야기의 흥미를 더했다. 아이들은 연주자들을 앞에 두고 한 번쯤은 꿈꿔봤을 지휘 체험도 할 수 있었다.

“와∼.”

본 연주가 끝나고 펼쳐진 앙코르곡 ‘왈츠’와 ‘목련화’는 목관 5중주만의 매력. 공연을 감상한 이현민 양(10)은 “특히 플루트 소리와 지휘 체험이 재미있었다”며 “알기 쉬운 동화 이야기와 흥겨운 연주라 더 좋았다”고 말했다.
○ 장애인에 희망 전한 서부활극


서울시극단 배우들이 22일 밀알보호작업장 식당 무대에서 장애인 관객을 대상으로 열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서울시극단 배우들이 22일 밀알보호작업장 식당 무대에서 장애인 관객을 대상으로 열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빠라바라밤 빠바밤∼.’

영화 ‘석양의 무법자’의 주제곡을 타고 연극의 막이 올랐다. 서울시극단(단장 김철리)이 올해 나눔공연에서 첫선을 보인 코믹 서부활극 ‘스니키 휘치의 죽음’이다.

22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밀알보호작업장 1층 식당의 무대는 배우들이 제대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좁고 열악했다. 일부에서는 이날 대상 관객이 지적 발달 장애인들이라 좁은 무대 탓에 이들이 연극에 집중하지 못할까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杞憂)였다. 장애인 관객들은 배우들의 연기에 웃고 음악에 박수로 호응하는 등 일반인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스니키 휘치의 죽음’은 동아연극상 연출상(1993년) 수상자인 김철리 단장이 대학시절 주인공을 맡은 연극 입문 작품. 비겁자로 이른바 ‘왕따’를 당하던 스니키가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의 오해 속에 ‘죽지 않은 사나이’로 군림하다 결국 술집여인의 총에 맞아 죽는다는 이야기다. 남자들이 나서서 스니키를 제거하라는 여인들의 성화에 장의사 베일(김신기)이 “나는 남자가 아니다”라며 꽁무니를 빼자 관객들은 연극에 몰입된 듯 한목소리로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윽고 스니키의 진짜 죽음을 확인한 마을 사람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환호하자 객석에서도 박수와 춤으로 흥겨운 마무리를 함께했다. 나눔공연의 정신이 무대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것임을 보여준 장면이다. 배우 김신기 씨는 “장애인이든 일반인이든 보고 느끼는 마음은 모두 똑같았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모두가 함께하는 공연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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