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예일여고 윤란 양 카레이서 김의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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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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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예일여고 3학년 윤란 양(오른쪽)은 최근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 태백레이싱파크를 찾아 카레이서 김의수 씨를 인터뷰했다. 두 사람은 인터뷰를 마친 뒤 머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서울 예일여고 3학년 윤란 양(오른쪽)은 최근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 태백레이싱파크를 찾아 카레이서 김의수 씨를 인터뷰했다. 두 사람은 인터뷰를 마친 뒤 머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만 멈춰! 피트인(Pit-in· 중간급유나 타이어 교체를 위해 정비소에 들어가는 과정)하라고!” 긴박한 무전이 카레이서의 귓전을 울린다. 충돌사고로 머신이 파손된 상황. 새어나오는 휘발유 냄새에 정신이 몽롱해져온다. 핸들 조작을 쉽게 하는 파워스티어링도 작동불능.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무거워진 핸들을 잡은 손이 부르르 떨린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결선 레이스를 최하위로 시작했지만 1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결의가 가속페달로 전해진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결승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연료가 바닥나 버렸다. 속도가 떨어진 그의 머신은 결국 3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카레이서는 정신을 잃었다. CJ레이싱 소속 카레이서 김의수 씨(39). 레이싱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던 2000년 MBC 그랑프리 대회에서 그가 겪은 이야기다. 오기와 근성으로 똘똘 뭉친 이 늦깎이 카레이서는 어느덧 억대 연봉을 받는 카레이서가 됐다. 지난해에는 국내 대표적인 레이싱 대회인 ‘티빙(Tving)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헬로티비 클래스(배기량 6200cc이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 예일여고 3학년 윤란 양(18)은 ‘신나는 공부’의 도움으로 김 씨를 인터뷰했다. 윤 양은 ‘2011 CJ 티빙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2차전 취재기자 자격으로 지난달 27일 강원 태백레이싱파크를 찾았다.

○도로 위의 ‘오뚝이’… 억대 연봉 카레이서 되다

김 씨는 어떻게 카레이서가 됐을까? 울산에서 태어난 그의 어릴 때 꿈은 사업가.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큰 돈을 벌어보겠다며 막노동부터 배추장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본 레이싱 대회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어요. 1991년에 용마컵 오프로드 레이스란 대회를 봤어요. 질주하는 자동차를 보는 데 피가 끓더라고요. 그 뒤로 만날 레이싱 팀을 찾아가 들어가게 해달라고 졸랐어요.”

결국 그는 ‘화랑레이싱’ 팀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때 나이 23세. 그렇게 그는 비포장도로에서 시합하는 오프로드 레이싱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첫 출전한 대회는 1993년 6월 태안반도 청포대에서 열린 오프로드 경기. 하루 종일 산길을 운전하며 연습에 매진한 그는 결국 오프로드 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그러자 ‘우리나라 최고의 카레이서가 되고 싶다’는 승리욕이 발동했다. 서킷에서 열리는 온로드 선수로 전향한 이유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1996년에는 해외에서 열리는 카레이싱 대회 국내 대표를 뽑는 테스트에서 우승을 했지만 이듬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면서 대회 자체가 취소되고 말았다. 김 씨는 1년간 프로팀에서 온갖 굳은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얼마 뒤 영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지만 그것도 팀 사정으로 무산됐다.

“답답한 마음에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일본으로 건너갔어요. 28세 때였어요. 하지만 결국 레이싱 팀에는 들어갈 수 없어요. 절망스러웠죠. 그러다가 기회가 왔어요. 1998년 ‘인디고 레이싱’ 팀 대표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이 와서 레이싱 선수의 꿈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제2막의 시작이었죠.”

○0.025초의 싸움… 카레이서는 눈이 8개?

카레이서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김 씨는 도전정신은 기본이고 순발력과 판단력이 중요하다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우스갯소리로 ‘카레이서는 눈이 8개’라는 말을 해요. 두뇌회전이 아주 빨라야 해요. 0.025초의 싸움이에요. 경기를 하면서 수온, 유압, 주변 차와의 거리, 무전내용 같은 수십 개가 넘는 정보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면서 순간적 판단을 내려야 하거든요. 한순간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코스 밖으로 튕겨져 나가기 십상이에요.”

“그럼 위험하지는 않나요?” 윤 양의 질문을 받은 김 씨가 대답했다.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레이싱 대회가 열리면 크고 작은 사고가 나지만 다치는 선수는 거의 없어요. 레이싱 머신뿐 아니라 경기장 안팎에도 많은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죠.”

사실 직업 카레이서가 되는 문은 넓지 않다. 아직 국내에는 레이싱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교나 팀이 없는 게 현실. 김 씨는 “고교생이라면 당장 레이싱 세계에 뛰어들기보다는 먼저 학업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대학에서 레이싱 선수의 꿈을 키워도 늦지 않을 거예요. 카레이싱은 직업이 있어도 즐길 수 있어요. 1600cc급 대회는 운전면허증이 있는 사람이 자동차협회에서 참가인증을 받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어요. 1년 정도 경력이 쌓이면 라이선스도 받을 수 있고요.”

정상급 카레이서가 된 김 씨. 하지만 ‘돈을 번다’며 중학교를 중퇴하는 바람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앞으로는 카레이서, 정비기술자, 전문기자 등 모터스포츠 분야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전문학교를 만드는 게 꿈이다.

“꿈이 있다면 기회는 분명히 올 겁니다. 무엇보다 여러분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태백=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카레이서 김의수 씨를 만나 인터뷰한 서울 예일여고3학년 윤란 양은 고교생을 위한 국내 유일의 주간신문‘P·A·S·S’ 의 고교생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윤 양처럼 P·A·S·S 고교생 기자가 되면 영화감독, PD 등 전문가나 사회 저명인사, 인기 연예인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2000명 가까운 고교생이 P·A·S·S 고교생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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