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내고장 둘레길/원주 치악산 ‘금송길’

  • Array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물소리-새소리… 에어컨 튼듯 청량

짧지만 아기자기한 길 강원 원주시 치악산 금송길은 900m로 거리는 비교적 짧지만 금강소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수종, 구룡사에 얽힌 설화 등 아기자기한 매력이 가득하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짧지만 아기자기한 길 강원 원주시 치악산 금송길은 900m로 거리는 비교적 짧지만 금강소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수종, 구룡사에 얽힌 설화 등 아기자기한 매력이 가득하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금방이라도 장맛비가 쏟아질 것 같이 잔뜩 찌푸린 22일 오후.

도시의 후텁지근한 날씨와 달리 ‘금송길’은 에어컨을 틀어놓은 듯 시원했다. 하늘을 뒤덮은 나뭇가지 아래로 상쾌한 바람이 불고 길 옆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는 청량감을 더해준다.

‘굽이굽이 금송길’은 강원 원주시 소초면 치악산국립공원 매표소에서 구룡사까지 900m로 비교적 짧다. 그러나 울창한 수목과 수려한 계곡, 구룡사에 얽힌 각종 이야기로 아기자기한 멋을 낸다. 금송길은 이름 그대로 금강소나무가 있는 길. 금강송은 일반 소나무에 비해 느리게 자라고 결이 단단해 궁궐을 지을 때 사용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금강송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나무 생강나무 자작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자리 잡고 있다.

금송길을 걷다보면 여러 개의 안내판이 눈에 띈다. 도력 높은 스님들의 사리를 모신 묘탑 앞에는 ‘부도’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고, 아름드리 금강송 옆 안내판에는 소나무 이야기가 적혀 있다. 소나무는 우리말 ‘솔(수리)’에서 유래됐고 으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소나무는 바늘과 같은 잎의 개수로 진짜 소나무를 구별하는데 잎이 2개인 것이 우리 소나무, 3개인 것은 미국에서 건너온 리기다소나무, 5개인 것은 다람쥐가 좋아하는 전나무다. 금송길은 차량 교행이 가능할 정도로 넓다. 또 전 구간이 평지나 다름없어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중간 지점의 300m가량은 돌 하나 없는 흙길로 맨발로 걸어도 좋다.

금송길의 끝에는 구룡사가 있는데 이곳에 얽힌 설화 두 가지가 재미있다. 1300년 전 늙은 스님 한 분이 이곳에 절을 지으려고 찾아왔다는 것. 그러나 연못에 살고 있는 9마리의 용 때문에 절을 짓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 스님은 용들과 도술을 겨뤄 용들을 동해로 쫓아버린 뒤 절을 지었는데 이후 구룡사로 불렸다는 것. 또 한 가지는 지금의 구룡사 이름에 관한 것이다. 현재의 구룡사는 ‘九龍寺’가 아니라 거북 ‘구’자의 ‘龜龍寺’다. 조선시대에 몰락해 가는 절에 한 스님이 찾아와 “절이 이처럼 어려워진 것은 절 입구의 거북바위 때문이니 이 바위를 쪼개 없애라”고 했다. 그대로 했지만 절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후일 다른 스님이 찾아와 절의 몰락은 오히려 거북바위가 동강났기 때문이라며 거북을 다시 살린다는 의미에서 절 이름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도록 권했다고 한다.

금송길은 주말과 휴일이면 치악산을 찾는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이 때문에 호젓함을 즐기려면 평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또 짧은 거리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구룡사 못 미쳐 왼쪽 계곡을 건너 전나무 숲길-자연탐방로-구룡사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 된다. 금송길은 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국립공원 입구에는 파전과 두부 등을 파는 향토음식점이 많다. 구룡사와 약 20km 떨어진 황골마을의 두부전문 식당도 ‘강추’ 대상이다. 두부구이, 두부전골, 두부김치, 감자부침, 토종닭 등이 여행객의 발길을 잡는다. 이날 금송길을 찾은 이현숙 씨(54·여·서울 노원구)는 “금송길에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며 “더위를 잊게 만드는 멋진 길”이라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