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화산암속 진주 ‘암매’의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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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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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식물 1급
백록담 바위 위에 꽃 활짝

장맛비가 잠시 멈춘 10일 오후.

차가운 안개에 감싸인 한라산 백록담 정상 검붉은 화산탄 바위에 순백의 꽃이 피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1급인 암매(巖梅·사진). 겨우내 적갈색이었던 잎은 어느새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꽃은 마치 화산탄 바위가 토해낸 진주처럼 영롱했다.

암매는 꽃이 매화나무 꽃과 비슷해서 돌매화나무로도 불린다. 시베리아나 캄차카반도 등 추운 지방에서만 자란다. 국내에서는 해발 1900m 이상의 한라산 최정상에서만 자생하기 때문에 만개한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어른 엄지손톱 크기의 꽃은 10일가량 피었다가 진다. 언뜻 보기엔 풀 같지만 엄연한 나무. 길이가 2∼3cm에 불과해 세계적으로 가장 키 작은 나무로 알려졌다.

백록담 자생 암매는 개체수가 많았으나 10여 년 전 풍화작용 등으로 일부 암반이 쓰러지면서 상당수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암매는 빙하기에 남하해 한라산에 터를 잡은 식물로 제주 섬이 과거 한반도와 붙어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물이다.

김명준 여미지식물원 객원연구원은 “기후온난화, 불법채취 등으로 암매가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며 “종자, 조직배양 등을 통해 암매를 보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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