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정몽준 前대표 ‘암각화 보존’ 팔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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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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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댐에 침수돼 훼손 가속
댐수위 낮추기 등 대응 촉구… 울산시는 식수난 들어 난색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사진)가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당권과 차기 대권 싸움과는 별개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을 위한 것이다. 이 암각화는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태화강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1년에 8개월가량 침수돼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선사시대 바위그림. 2009년 상반기 발행 예정이었던 10만 원권 지폐의 보조 도안으로 채택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다. 이 암각화는 40여 년간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면서 전체 그림(300여 점)의 20% 이상이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지만 아직 보존대책은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견해가 서로 다르기 때문. “사연댐 수위를 현재 60m에서 암각화 표고(52.5∼56.5m) 이하인 52m로 낮춰야 한다”는 게 문화재청의 기본 방침. 반면 울산시는 “수위를 낮추면 물 1283만 t이 줄어 울산시민들이 식수난을 겪게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울산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올 3월 21일과 22일, 그리고 4월 22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본보와 울산의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서다. 그는 “매년 겨울 가뭄 때면 반구대 암각화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댐 수위가 낮아지지만 울산시민들은 식수난을 겪지 않는다”며 “미래의 물 부족을 이유로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고 울산시를 압박했다. 정 전 대표는 이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대에 각계 전문가들로 반구대 암각화 보존연구회를 설립했다. 암각화를 맨 처음 발견한 문명대 전 서울시 문화재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보존연구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현지를 답사한 뒤 “현재 훼손 진행 속도를 감안하면 암각화는 2015년쯤이면 무너질 것”이라며 “당장 사연댐 물부터 빼고 보강공사를 해야 한다”고 정 전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울산대 공공정책연구소는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6%가 ‘사연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4월 발표했다.

그러나 울산시는 요지부동이다. “물 추가 확보 대책 없이 댐 수위부터 낮추라는 것은 지성인이자 공인이 취할 입장이 아니다”며 정 전 대표와 암각화 보존연구회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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