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세계 스펠러들의 영어실력 비결은 ‘발음’과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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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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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서 열린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 결선
한국대표 서지원양과 함께 가보니…


《“Hello, again?”
1일 오후 5시(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게이로드 내셔널 리조트 앤드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2011년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NSB·영어단어 철자 맞히기 대회)’ 예선전 세 번째 라운드. 노란 옷을 입은 소녀가 단상 위로 올라와 SNSB 출제자인 자크 베일리 박사를 향해 다시 밝게 인사했다.

1일 오후 5시(현지 시각)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NSB) 예선전 세 번째 라운드가 열렸다. 스펠러들은 출제자인 베일리 박사에게 단어의 뜻, 발음, 어원을 물으며 신중하게 철자를 맞혔다. 사진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 대표 서배너 앨드리지 양(13).
1일 오후 5시(현지 시각)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NSB) 예선전 세 번째 라운드가 열렸다. 스펠러들은 출제자인 베일리 박사에게 단어의 뜻, 발음, 어원을 물으며 신중하게 철자를 맞혔다. 사진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 대표 서배너 앨드리지 양(13).
그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양손의 검지와 중지를 엇갈리게 꼬며 행운의 표시를 만들었다. 관중석에서 응원의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베일리 박사가 입을 열었다.

“헤버튜드.”(출제자) “헤버튜드, 단어의 뜻을 알려주시겠어요?”(참가자) “정신적으로 우둔해졌다, 감정이 둔감해졌다는 뜻입니다.”(출제자) “헤버튜드, 제 발음이 정확한가요?”(참가자) “네. 정확합니다.”(출제자) “h, e, b, e, t, u, d, e. 헤버튜드.”(참가자)

스펠링을 말하는 목소리에 자신감이 붙었다. 정답. 관중석에서 축하의 박수가 쏟아졌다. 기쁜 마음으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소녀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 대표로 출전한 참가번호 269번 서배너 앨드리지 양(13). 그는 이내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번쩍 치켜들었다. 만세!》
단순히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대회가 아니다. SNSB는 영어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두 모여 교류하고 서로의 영어실력을 겨루는 국제적인 영어축제다.

올해 SNSB는 미국 전역 50개 주는 물론이고 자메이카, 뉴질랜드, 가나, 일본, 중국 등 미국 외 13개국에서 온 총 275명의 15세 미만 스펠러(speller·스펠링 비 대회 참가자를 이르는 말)들이 참가했다. 이 대회의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미국 ESPN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스펠러들은 상대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실패는 함께 안타까워한다. 대회가 시작되면 발음, 어원, 뜻을 되물어가며 진지하게 대회에 임하는 스펠러들. 만약 정답을 맞히지 못하더라도 “Thank you(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결과에 승복할 줄 안다.

한국 내셔널 스펠링 비를 후원하는 윤선생영어교실의 박준서 상무는 “단순히 단어를 외우는 대회가 아니라 전 세계 영어 영재들이 모여 만드는 축제의 장”이라고 이 대회를 설명했다.

세계 각지를 대표해 모인 스펠러들은 난도 높기로 유명한 영어철자들을 어떻게 공부했을까.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스펠러들과 SNSB 출제자인 베일리 박사가 말하는 영어 철자 공부법을 살펴봤다. 베일리 박사는 이 대회 1980년 챔피언이기도 하다.

○어원의 규칙을 찾아라!

SNSB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서지원 양(14·경기 용인 문정중 2). 서 양은 예선전에서 ‘Madeleine(매들린·작은 카스텔라의 일종)’ ‘echinoderm (극피동물)’ 등 난도 높은 단어를 맞혀 큰 박수를 받았다.
SNSB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서지원 양(14·경기 용인 문정중 2). 서 양은 예선전에서 ‘Madeleine(매들린·작은 카스텔라의 일종)’ ‘echinoderm (극피동물)’ 등 난도 높은 단어를 맞혀 큰 박수를 받았다.
SNSB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서지원 양(14·경기 용인 문정중 2학년)은 예선 두 번째 라운드에서 단어 ‘Madeleine(매들린·작은 카스텔라의 일종)’을 정확히 맞혔다. 서 양은 베일리 박사에게 이 단어의 어원을 확인했다. 이는 지금껏 서 양이 단어가 파생된 어원을 중심으로 공부해왔기 때문.

서 양은 “영어단어의 경우 라틴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독일어 등 단어마다 독특한 규칙을 갖고 있어 이 규칙을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크’ 소리가 나는 단어의 경우 어원이 러시아어라면 ‘K’로, 어원이 독일어이면 ‘ch’로 표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 양은 단어의 규칙을 공부한 뒤 규칙에 위배되는 단어들을 따로 모아 공부했다. 서 양은 메리엄웹스터 사전을 세 번 이상 꼼꼼히 정독했다. 단어를 읽으면서 어원 규칙에 위배되는 단어, 어려운 단어들을 공책 한 권 분량으로 묶었다. 공책에는 ‘choro’(브라질의 고전적인 연주 스타일), ‘millieme’(리비아·수단·이집트의 동화(銅貨))과 같은 단어와 그 뜻을 써 놓고 여러 번 읽는다. 이런 방식으로 어원을 통해 완벽히 단어를 암기하게 된 것.

베일리 박사는 “SNSB를 준비하기 위해 수많은 단어를 단순 암기하면 효능이 떨어진다”면서 “어원과 패턴을 익히면서 공부하면 이후 어떤 영어단어가 나오더라도 논리적으로 유추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영어를 접하라!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선발돼 SNSB에 참가한 클레이 캠벨 군(14)은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생활 속에서 영어단어를 공부했다. 인문서, 역사책, 과학책 등의 도서와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잡지를 가리지 않고 탐독했던 캠벨 군은 책에 나오는 단어들을 우선적으로 공부했다. 캠벨 군은 “책을 통해 단어를 배우면 외우지 않아도 단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을 볼 때나 가족과 요리를 할 때에도 틈틈이 단어를 공부했다. 캠벨 군의 어머니 손나영 씨(39)는 “만일 시장에서 파스타 면을 사면 뒤에 적힌 원재료 표를 읽어가며 생소한 단어를 찾아보게 했고, 포모도로, 카르보나라 등 다양한 파스타 요리 이름, 면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단어를 공부하게 했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가족과 대화를 통해 단어를 공부한 캠벨 군은 이제 발음이 들리면 단어의 형태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됐다.

워싱턴=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  

■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cripps National Spelling Bee)란?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EW스크립스사가 매년 개최하는 세계적 규모의 영어 철자 맞히기 대회. 올해는 5월 31일∼6월 2일 미국 워싱턴 게이로드 내셔널 리조트 앤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미국 지역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국가대표로 선발된 초중학생이 참가하며 지필, 구두시험 점수를 합산해 준결승 진출자를 결정한다. 준결승부터는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한국대표 선발대회는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가 주최하고 영어교육 전문기업인 윤선생영어교실의 후원으로 매년 초 서울에서 열린다. 올해 SNSB 우승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대표로 참가한 참가번호 214번 수칸야 로이 양(14)이 차지했다. 로이 양은 치열한 경합 끝에 챔피언 단어인 ‘cymotrichous(물결처럼 구불구불한 털을 가진)’을 맞히고 2011년 우승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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