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시민은 뒷전… 울산 기관장들 유치한 氣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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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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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 기자
정재락 기자
“어, 교육감은 왜 소개가 없지?” 지난달 26일 오후 7시 울산 태화강 특설무대에서 열린 고래축제 개막식장. 박맹우 울산시장과 박순환 시의회 의장, 김복만 교육감 등 울산지역 기관장과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사회자는 참석자들에게 시장과 의장을 소개했지만 일반적인 의전에서 다음 순번인 김 교육감은 건너뛰었다.

실수가 아니었다. 주최 측인 남구와 축제추진위는 김 교육감을 초청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안 김 교육감은 교육청 간부들을 대동하고 개막식에 참석하는 ‘오기’를 부리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수모를 당한 것이다.

김 교육감이 ‘왕따’를 당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민간단체, 심지어 언론사가 주최하는 행사 전 시청 간부들이 전화로 해당 기관에 교육감을 초청하지 말 것을 은근히 요청한다는 소문이다. 울산시는 “교육과 무관한 행사에는 교육감을 초청하지 않는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에 시장과 시의회 의장, 교육감 등이 함께 자리를 하는 것은 관례다.

교육감 ‘왕따’는 시장 및 구청장과의 감정싸움이 비화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 교육감은 4월 17일 간부회의에서 “시와 구군이 도서관 운영비를 증액해주지 않으면 (도서관에 근무하는 교육청) 직원을 철수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예산 증액을 공식 요구하지 않으면서 언론플레이만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두겸 남구청장과 박성민 중구청장은 아예 “도서관을 구청이 직접 운영하겠다”며 한발 더 나갔다.

김 교육감에게도 잘못은 있다. 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도서관 운영비가 부족하다면 먼저 자치단체장을 찾아가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것이 순서다. 간부회의에서 이 문제를 불쑥 거론해 갈등이 시작됐다. 교육 발전을 위해서라면 ‘아쉬운 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유치하고 옹졸해 보이는 기관장 간 기(氣) 싸움에 교육 분야는 물론이고 울산지역 다양한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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