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에듀투어]반구대에서 바다까지 25㎞… 왜 이곳에 선사시대 고래그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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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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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이다. 하지만 1년 중 절반 이상 물에 잠기는 데다 물때가 끼여 망원경으로도 관찰이 쉽지 않다.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이다. 하지만 1년 중 절반 이상 물에 잠기는 데다 물때가 끼여 망원경으로도 관찰이 쉽지 않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은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배를 타고 고래를 사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매년 ‘물고문’을 받는 불행한 유산이다. 근처 울산 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댐을 지으면서 장마철이면 물에 잠기기 시작해 반년 이상 물에 잠긴다. 40년 이상 진행된 물고문으로 암각화는 흙이 되기 직전까지 심하게 훼손됐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천전리 각석에는 선사시대부터 신라 말기까지 기하학적 문양과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에 관련된 내용은 초중학교 사회, 과학 교과서에 등장한다. ‘여러 지역의 생활’(초4 사회), ‘하나 된 겨레’(초5 사회), ‘환경을 생각하는 국토 바꾸기’(초6 사회), ‘지층과 화석’(초4 과학), ‘지각의 물질과 변화’(중1 과학) 등이다.

KTX 개통으로 한층 더 가까워진 울산의 대표적 문화재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만나보자. 2008년 들어선 암각화박물관도 빼놓지 않고 들르자. 고래박물관까지 이어 본다면 금상첨화.

○ 반구대 암각화, 왜 물고문을 당할까

천전리 각석. 청동기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 다양한 문양과 그림이 새겨져 있다.
천전리 각석. 청동기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 다양한 문양과 그림이 새겨져 있다.
국도 35호선에서 빠져나와 반구대 쪽으로 난 길은 얕은 고개를 지나면서 사방이 산인 계곡 아래로 이어진다. 암각화박물관에 차를 세운 뒤 먼저 암각화를 보고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암각화까지는 1km 정도 거리.

대곡천 다리를 건너 계곡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집청정이라는 정자가 나온다. 계곡 맞은편에는 깎아 세운 듯한 바위가 솟아 있다.

“저기 바위에 글자가 있어요!”

“반구라고 적혀 있네. 편평할 반, 거북 구.”

계곡물 위 수직벽에 큼지막하게 음각으로 파놓은 盤龜(반구)는 이 일대 땅이 거북이를 닮아 반구라는 지명을 얻었음을 보여준다. 조금 더 내려가니 반구서원이라는 간판이 걸린 건물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귀양살이를 했던 포은 정몽주를 비롯해 회재 이언적, 한강 정구가 모셔져 있다.

“저기 대곡리 공룡발자국 화석 안내표지가 있네. 천전리 각석 근처에도 있으니 거기서 보자.”

길이 막 비질을 한 것처럼 보송보송하다. 갑자기 공간이 툭 트인다. 암각화 전망대다. 대곡천 건너 절벽에 새겨진 암각화를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암각화가 집중적으로 새겨진 중심 면은 너비 10m, 높이 3m. 물론 그 주위에도 그림이 있다. 하지만 수십 년간 물에 계속 잠겼다 드러났다를 반복하면서 풍화가 진행되고 물때가 끼는 바람에 망원경으로도 관찰이 잘 되지 않는다. 전망대 울타리를 넘어 암각화 가까이 다가간다 하더라도 개울이 가로놓여 접근이 안 될뿐더러 맨눈으로 식별이 어렵다.

“아쉽지만 여기 사진으로 보는 걸로 만족해야겠어. 잘 나오기는 사진이 훨씬 낫지.”

암각화에는 사슴 호랑이 멧돼지 등 육지동물과 고래 물고기 등의 바다동물, 사냥하는 모습, 인물상 등 300점가량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특히 다양한 고래 종류 그림과 고래 사냥 장면이 이 일대에서 일찍부터 고래잡이를 했음을 보여준다. 세계 최초 포경 유적으로 평가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기도 하다. 제작연도는 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7000∼3500년 전 신석기시대로 추정하고 있다.

○ 수천 년 전 고래를 어떻게 잡았을까

“바다가 있는 울산만은 여기서 25km쯤 떨어져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고래사냥을 했을까요?”

“날카로운 질문이야. 약 6000년 전에는 저 산 너머까지 바다였다고 해. 그래서 선사시대 사람들이 반구대 주변에 살면서 고래잡이를 할 수 있었겠지. 울산 태화강 상류까지 넓게 만을 이뤘던 바다는 오랜 퇴적활동으로 메워지면서 물러났대.”

옛날부터 동해는 고래의 바다였다. 암각화에도 동해에 살고 있던 다양한 종류의 고래가 등장한다. 예서 25km쯤 떨어진 장생포가 고래잡이 전진기지가 된 게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잠시 눈 감고 몇천 년 전으로 돌아가 볼까.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해봐!”

암각화는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산과 물가에 펼쳐진 주변 초록 융단은 원시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줬다.

“이런 멋진 풍경 처음 아니냐? 보성 녹차밭에서 만났던 그 푸름과 비교해서 어때?”

“시간이 정지됐다는 느낌이란 게 뭔지 알겠어요. 산도, 계곡도, 바위도 그냥 그대로 서 있는 느낌.”

“박물관 구경 안 할 거냐?”

“오늘 여기서 하루 묵고 가요. 민박집 아까 봐뒀어요. 집청정 옆에 팜스테이라고 있었어요.”

돌아 나오는 길이지만 주변 풍경을 감상하느라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고래 모양으로 지은 암각화박물관에서는 실물크기와 같은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복제모형을 볼 수 있었다. 선사시대 생활모습을 담은 디오라마가 인상적이다. 개울에서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가 하면 바위 절벽에 그림을 그리는 장면, 여럿이 배를 타고 고래를 공격하는 장면 등이다.

옛 울산만 지형도, 대곡천 지질 안내문은 이곳의 지형과 지질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었다. 이 일대 암석은 퇴적암이다. 공룡 발자국이 있다는 사실은 이곳이 중생대 백악기 당시 호수였음을 말한다. 바위 곳곳에 난 줄무늬도 오랜 퇴적의 흔적이다.

“여기서 천전리 각석을 봤으니 현장 답사는 생략하는 게 어때요?”

“무슨 말씀. 여기까지 와서 안 둘러본다면 말이 돼?”

각석은 박물관에서 대곡천 상류쪽으로 1.2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970년 발견된 암각화. 반구대 암각화는 이듬해 알려졌다.

윗단에는 각종 동물과 동심원, 나선형, 마름모 등의 문양이 있다. 청동기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아랫단에는 기마행렬도, 동물, 용, 배 등이 그려져 있다. 신라시대 명문은 6세기 초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바위 색깔이 특이해요. 약간 보라색이 돌아요.”

“셰일(shale)이라 그림을 새기기가 쉬웠을 거야. 바위에 그림을 그리는 동안 넙적바위에는 솥단지 걸어놓고 천렵을 즐기지 않았을까?”

“저는 그보다 천천리 사람들과 반구대 사람들은 같은 시대에 살았는지, 서로 교류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그건 훈이 숙제. 엄마도 궁금하니까 꼭 알려줘.”

조옥남 ‘특목고, 명문대 보낸 엄마들의 자녀교육’ 공동저자  

▶교과와 연계된 체험활동 목표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보면서 선사시대 생활상 알아보기

-암각화와 각석이 지니는 역사적 의의 찾기

-선사시대 사람들의 정신세계 엿보기

▶자녀와 부모가 함께할 만한 추천활동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문양과 형상, 새겨진 시기 알아보기

-암각화를 항상 볼 수 없는 이유 알아보기

-천전리 각석 문양의 의미, 새겨진 시대와 방법 조사하기

-선사시대 사람들이 암각화를 그린 이유 생각하기

▶+α 탐구활동


-반구대 암각화가 훼손되는 이유와 보존방법 알아보기

-암각화에 등장하는 고래를 보면서 당시 지형 생각해보기

-천전리 암각화가 각석으로 불리는 이유 살펴보기

-암각화를 이루는 암석 종류 알아보고 특징 조사하기

-선사시대 사람의 하루 생활 상상하며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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