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부산/경남]‘마나슬루 약속’ 지킨 영호남의 산사나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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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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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가 몰아치는 히말라야 마나슬루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자유를 향한 2011 마나슬루원정대’ 대원들. 원정대는 지난해 등반 도중 숨진 동료 2명 가운데 1명의 시신을 한 달여 수색 끝에 찾았다. 자유를 향한 2011 마나슬루원정대 제공
눈보라가 몰아치는 히말라야 마나슬루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자유를 향한 2011 마나슬루원정대’ 대원들. 원정대는 지난해 등반 도중 숨진 동료 2명 가운데 1명의 시신을 한 달여 수색 끝에 찾았다. 자유를 향한 2011 마나슬루원정대 제공
영호남 산사나이들이 약속을 지켰다. 지난해 네팔 히말라야 마나슬루 등반 도중 숨진 동료 2명 가운데 1명의 시신을 한 달여 수색 끝에 찾았다. 한 원정대원은 시신 수습 후 정상에 올라 두 대원의 못다 핀 꿈을 대신 이뤘다.

영호남 산악인들이 ‘자유를 향한 2011 마나슬루원정대’ 발대식을 가진 것은 3월 12일. 원정대는 지난해 4월 마나슬루 정상(8163m) 등정에 나섰다가 조난당한 고 박행수(당시 29세·광주대 OB), 윤치원 대원(당시 41세·진해산악회)의 시신을 수습해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꾸려졌다. 당시 두 대원은 정상을 불과 600여 m 앞둔 해발 8100m 지점에서 강한 바람과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악천후를 만나 하산 도중 실종됐다. 원정대와 광주 및 경남산악연맹 관계자들이 현지에서 헬기를 동원해 수차례 수색했지만 끝내 시신을 찾지 못했고 결국 두 대원의 장례식은 지난해 5월 고향인 광주와 경남 진해에서 시신 없이 치러졌다.

3월 17일 출국해 보름 뒤 해발 4800m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한 원정대는 두 대원의 시신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7200∼7500m 일대를 집중 수색했다. 악전고투 끝에 지난달 28일 제4캠프 7500m 지점에서 박행수 대원의 시신을 찾아 제2캠프(6400m)까지 옮겼다. 박 대원의 시신은 4일 헬기 2대를 동원해 네팔 카트만두 병원으로 운구해 안치했다. 하지만 제4캠프 아래 크레바스 지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윤치원 대원의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다. 원정대는 가족들과 협의해 박 대원의 시신을 현지에서 화장한 뒤 유골을 13일 광주로 옮겨와 무등산 새인봉에 뿌려주기로 했다.


국내에서 시신 수습을 위한 원정대가 꾸려진 것은 2005년 엄홍길 씨를 등반대장으로 한 ‘에베레스트 휴먼 원정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상수 원정대장(53·한국도로공사 산악팀)은 “로프와 각종 장비를 이용해 박 대원의 시신을 찾아 제2캠프까지 내려오는 데 꼬박 8일이 걸렸다”며 “악조건 속에서도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해준 대원들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박 대원의 시신을 수습한 뒤 마나슬루 등정에 나선 김미곤 대원(39·한국도로공사 산악팀)은 9일 오전 제4캠프를 출발한 지 6시간 만에 정상을 밟았다. 마나슬루는 세계 제8위의 고봉(高峰)이다. 원정대는 20일경 귀국할 예정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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