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구미 나흘째 단수… 시민들 “어찌 살라고”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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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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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직원들이 11일 고지대 주민들에게 생수를 공급하고 있다. 8일 해평취수장
취수 중단으로 끊겼던 수돗물은 이날 대부분 공급을 재개했다. 구미시 제공
경북 구미시 직원들이 11일 고지대 주민들에게 생수를 공급하고 있다. 8일 해평취수장 취수 중단으로 끊겼던 수돗물은 이날 대부분 공급을 재개했다. 구미시 제공
“한국수자원공사나 구미시가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모습은 완전히 빵점 아닙니까. 허둥대다 주민들에게 참을 수 없는 불편을 준 데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구미시민들은 11일 “하루 정도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돗물이 며칠씩 완전 중단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8일 경북 구미시 해평면 광역취수장의 낙동강 물막이 일부가 무너지면서 구미지역 16만 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취수장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은 11일 오전 3시경 무너진 구간에 대한 응급복구공사를 마치고 이날 오전 물 공급을 재개했다. 그러나 일부 고지대 주택에는 하루나 이틀이 지나야 정상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평 취수장 가물막이(수돗물용 취수를 위해 막은 높이 3m의 임시 보) 200여 m 가운데 20m가량이 무너진 때는 8일 오전 6시 20분. 낙동강 정비사업에 따른 준설작업으로 수량이 늘어나고 물 흐름이 빨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자원공사는 취수장으로 들어오는 물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물막이를 했지만 빨라진 물 흐름으로 붕괴될 소지가 큰데도 이에 대비를 하지 않았다. ‘부실 물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8일 오전 7시부터 낙동강물 취수가 중단됐는데도 구미시는 9시가 넘어서야 이 사실을 알고 주민과 공단 업체들에 물 공급 중단 사실을 알렸다. 이마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 일부 기업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수자원공사와 구미시는 “일요일이어서 상황 전달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군색한 변명을 했다. 9일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책회의에 참석한 구미공단 30여 개 기업 관계자들은 “단수에 따른 비상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보면 갑자기 단수가 될 경우 공장 가동을 못하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비상대처 수준이 한심하다”며 “일요일과 부처님오신날이 끼여 그나마 피해가 덜하다”고 말했다.

사흘 동안 식수는 물론이고 화장실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구미시민들은 물을 찾아 공공시설 등으로 돌아다녔다. 식당이나 대중목욕탕 등은 영업을 못해 큰 피해를 봤다. 이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구미지역 42개 초중고교의 경우 9일 휴업한 곳이 많아 급식에는 별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구미시청 직원 450여 명은 고지대 주택 등 수돗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곳을 대상으로 생수를 배달하고 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이번 사태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취수장 관리 부실이 분명하다”며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책임을 가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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