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KAIST 교수 논문, 유명학술지에 게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1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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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박태관 KAIST 생명과학부 교수의 유고(遺稿) 논문이 유명 학술지의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 논문은 3월 초 게재 승인이 떨어져 박 교수는 표지 논문으로 선정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교수가 KAIST 신소재공학과 홍순형 교수, 화학과 이해신 교수와 함께 연구한 것은 홍합의 족사(足絲) 구조를 모방한 초고강도 전도성 섬유 제조 기술이다. 이 내용은 독일에서 발행되는 재료분야 유명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3일자 표지논문으로 소개됐다. 박 교수는 이 논문의 교신저자(연구 책임자)로 참여했다.

홍합은 족사라는 실 같은 생체조직을 뻗어 바위나 선박에 달라붙어 있다. 족사는 태풍이 몰아쳐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접착력이 강하다. 콜라겐 섬유와 카테콜아민이라는 성분이 그물 모양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콜라겐 섬유 대신 탄소나노튜브를, 카테콜아민 대신 고분자 접착제를 써서 새로운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개발했다. 박 교수는 이 교수와 함께 카테콜아민 역할을 할 고분자 접착제 개발을 담당했다. 이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는 다이아몬드보다 강하지만 길이가 수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1m)에 불과해 상용화시키기 어려웠다"면서 "족사의 카테콜아민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한 고분자 접착제로 탄소나노튜브를 이어 붙여 길이가 수m에 이르는 새로운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박 교수가 논문 게재 사실을 알고 매우 기뻐했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탄소나노튜브의 산업화는 이제 시작인데 응용분야가 굉장히 많다"면서 "박 교수와 함께 연구할 수 있었으면 했는데 불의의 일을 당하셔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KAIST교수로 재직한 박 교수는 올해 1월 '올해의 카이스트인상', 지난해 '한국고분자학술상', 2009년에는 미국 생체재료학회로부터 '클렘슨상' 등을 수상해 바이오 재료 분야 세계 최고 석학으로 평가받았다. 박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연구비 유용 혐의로 검찰고발 방침을 통보 받고 54세의 나이에 지난달 10일 대전에 있는 자택에서 자살했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기자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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