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십자가 자살 혼자서도 실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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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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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못 비스듬히 박혀”… 전문가들 “납득하기 어렵다”

1일 경북 문경시 둔덕산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숨진 채 발견된 김모 씨. 최초 목격자 주모 씨가 동아일보에 독점 제공했다.
1일 경북 문경시 둔덕산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숨진 채 발견된 김모 씨. 최초 목격자 주모 씨가 동아일보에 독점 제공했다.
경찰이 9일 ‘십자가 주검 사건’에 대해 실제 재연해 보니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독 자살 가능성이 높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의 이런 잠정 결론과 달리 혼자 자살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의문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이날 경북 문경시 농암면 궁기2리 둔덕산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김모 씨(58·경남 창원시 성산구)가 사건 발생 전에 주변을 정리하고 홀로 지냈다는 정황을 추가로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10, 13일 문경시내 한 여관에 혼자서 숙박했고 12, 13일엔 홀로 차량을 몰고 다니는 모습이 문경시와 상주시 관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김 씨의 자필 ‘실행계획서’를 그대로 재연해본 결과 혼자서 자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실행계획서에는 ①발→무릅(무릎의 오기) 묶고, ②○○(성기) 채찍으로 39번, ③허리 묶고, 가슴 묶고, ④떨기(손등 뚫기로 추정), ⑤손 구멍 팔굽(팔꿈치의 오기) 걸고 손 박고 등의 행동 순서가 적혀 있다.

‘십자가 기둥에 등을 붙인 채 발등에 못을 박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김 씨의 무릎이 구부러진 것으로 미루어볼 때 스스로 못을 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초 직선으로 박은 것으로 파악됐던 못의 방향(↓)도 혼자서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 비스듬한 형태(↙)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현장에서 발견된 다른 못들도 숫돌로 끝이 날카롭게 가공된 점 역시 자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제기된 여러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우선 김 씨가 발에 박기 쉬운 I자형 못 대신 굳이 ㄱ자형 못을 사용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은 또 김 씨가 손과 발을 못으로 박는 고통을 어떻게 견뎌냈는지에 대한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 씨의 몸에 ‘주저흔’(자살할 때 자해를 주저한 흔적)이 없는 것도 의문이다.

경북대의학전문대학원 채종민 교수(법의학교실)는 “십자가 주검은 일반적인 자살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자살의 구체적인 과정이나 방조자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 시신을 처음 발견한 전직 목사 주모 씨(53)는 9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직접 찍은 현장 사진 2장을 공개했다.

문경=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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